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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Jul 30. 2023

고작 베개와 신발을 바꿨을 뿐인데

자존감을 높여주는, 몸에 다정한 물건들

여러분은 어떤 물건을 소비하나요? 몸에 지니고 다니면 예쁜 게 티가 나는 물건, 혹은 집에 놓여 있으면 보기 좋은 물건... 아무래도 평소에 자주 사는 물건은 눈을 즐겁게 하거나 겉으로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물건입니다. 일상의 동작을 눈에 띄게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는 편리한 물건이거나요. 주변에서 ”잘 샀다“는 소리를 들으면 뿌듯해져 어깨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을 사도 남의 눈에 띄지 않거나 특별히 예쁜 것도 아닌 탓에, 밋밋한 소비처럼 느껴지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러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일전에 정형외과에서 역C자목과 유연성 평발 진단을 받고 난 후, 두 가지 물건을 샀습니다. 바로 경추베개와 뉴발란스의 안정화 라인 신발입니다. 그동안 베개는 너무 높지만 않으면 아무 거나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베고 누울 수만 있으면 그만인 물건, 저에게는 침대 위에 놓여 예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인테리어 아이템 정도였습니다. 그렇기에 베개에 투자했던 거라고는 예쁜 베개커버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목의 피로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추베개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인터넷에서 그리 비싸지 않은 작고 평범한 경추베개를 샀습니다.


40x60 사이즈의 낮고 작은 경추베개를 베고 있습니다.


그 변화는 아주 작지만, 동시에 놀랍다고 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원래 아침에 일어나 목을 뒤로 젖히면 뚝, 하는 소리와 함께 걸리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물론 몇 시간 자고 일어났으니 당연하게 굳어 있다고 여겼던 부분이었지요. 하지만 베개를 바꾼 이후에는 더 이상 걸리는 느낌이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매일 경추베개를 베니 일상 속에서 일일이 눈에 띄는 쾌적함은 느끼지 않지만, 어쩌다 본가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가 보통의 베개를 베고 다음날 일어나면  확실히 목의 컨디션이 다른 것을 느낍니다.


그다음으로는 뉴발란스의 대표적인 안정화 라인 860 신발입니다. 사실 저는 신발에 대한 관심이 적어 그동안에도 반스 스니커즈 같은 신발 두 개만 가지고 신고 다녔는데요. 그러던 제가 갑자기 아치가 제대로 갖춰진 운동화를 사야 한다니, 게다가 평소보다 비싼 돈으로 원치 않는 디자인을 사야 한다니 여러모로 찝찝한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쇼룸에 가 막상 신어본 결과 생각했던 것보다 생김새가 썩 나쁘지 않아, 친구로부터 직원 할인 찬스를 써 반값으로 새 운동화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뉴발란스 860 라인의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


안정화 신발을 신고 다녀보니 그동안 아치가 없던 신발을 어떻게 매일 같이 신고 다녔는지 경이로울 정도였습니다. 발이 체중을 받쳐주지 못해 대신 통증을 감수했던 왼쪽 무릎도 이제는 아프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급하게 버스를 잡기 위해 뛸 때면 종아리부터 무릎까지 쿵쿵 울려댈 정도로 부담이 컸는데, 이 신발을 신고는 아무리 갑작스레 내달려도 다리에 전혀 부담이 가지 않아 가벼운 걸음으로 뛸 수 있습니다. 평소에 치마를 더 자주 입고 다니는 편이라 투박해서 안 어울리면 어떡하지 고민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어떤 룩에도 잘 어울려, 매일 이 운동화만 신고 있습니다.


두툼한 몸체와는 달리 생각보다 치마에도 잘 어울립니다.


이런 경추베개나 안정화 신발은 눈에 보기에 예쁜 것도, 남들이 가치를 알아봐 주는 소비도 아닙니다. 하지만 매일의 일상 속에서 내 몸이 알아주는 좋은 물건입니다. 일상의 구석에서 늘 묵묵히 존재하며, 나의 몸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지지해 줍니다. 어쩌다 들른 가게에서 혹해서 산 소품, 휴대폰 스크롤을 내리다 예뻐서 사 버린 옷은 구매한 당시에는 폭발적인 기쁨을 느끼지만 그 설레는 기분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 몸을 위한 다정한 소비는 매일을 거듭할수록 그 가치를 배로 느끼고 그 물건의 소중함에 감사하게 됩니다. 고작 물건을 하나 샀을 뿐인데,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 같은 기분은 왜일까요. 그것은 진정으로 나를 위한 소비를 했음을, 나의 몸이 직접 피부로 느낀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주변에서 일상을 서포트하는 물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꼭 베개와 신발이 아니더라도 내 몸에 다정한 물건을 다양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침대, 손목을 편하게 해 주는 필기구, 사무실 의자에 놓기 좋은 등받침대, 어깨와 등의 부담을 줄여주는 배낭,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아로마 오일 등. 가끔씩은 보기에 좋은 물건이 아닌, 내 몸에 좋은 물건을 마음먹고 소비해 봅시다. 삶의 질뿐만 아니라 자존감이 오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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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일상의 나다운 기본을 찾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일상 속에서 나다운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소소한 깨달음과 생활의 태도 등 삶을 보다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라이프마인드를 이야기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당신의 오늘의 기본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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