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의 사물 다섯 번째, 모닝빵
모닝빵에 대한 기억의 회상은 뭐니뭐니해도 이국으로의 여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풀어 오른 설렘으로 한 입씩 베어 물던 아침의 감촉에서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언제였을까. 마지막으로 모닝빵을 먹은 것은. 호화롭진 않지만 갖출 건 다 갖춘 작은 호텔의 조식에 등장하곤 하는 모닝빵은 대단하진 않지만 든든한 음식이다. 하얗고 넓은 접시 위에 단순하고 아기자기한 구성ㅡ기껏해야 계란과 베이컨, 동그란 과일과 채소 그리고 옥수수나 식빵 조각이 들어간 기본의 스프ㅡ그 중심엔 곁들여도 좋고 생략해도 좋은, 그러나 있으면 금세 자리를 꿰차고 식사의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이름부터 모닝빵이다. 곱게 동그라진 모양이 꼭 산등성이에서 떠오르는 해를 닮아서일까. 혹은 살포시 익은 누르스름한 빛깔이 햇살의 그것을 닮아 있어서일까. 여행지의 아침이라는 설레고 낯선 풍경 속에서 폭신, 하고 버튼처럼 누르면 마치 새로운 오늘을 데려와 줄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한 입 베어 먹는 행위가 기대되는 오늘을 시작하는 의식이 되고 만다.
거친 발음 하나 없는 ‘모닝’이라는 이름처럼 그 존재감 또한 무해하다. 무늬 없는 밋밋한 접시 위에 사뿐히 얹으면 그 모양이 꼭 부드러운 털을 가진 작은 짐승의 엉덩이 같고 또는 오후의 볕을 머금고 영글어가는 언덕 같기도 해 아침을 여는 심정이 평소보다 애틋해진다. 한 줌에 쥐어지는 부피와 가벼운 무게는 아침이라는 시간이 가진 산뜻하고 홀가분한 느낌에 꼭 어울린다. 손바닥의 온도를 웃도는 적당한 따스함을 베어 무는 순간의 감촉은 아무래도 아침이 아니고서야 그 정경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 이름이 ‘이브닝빵‘이었다면, 아무리 특별한 이국에서 단란한 식사를 즐겼다 한들 이런 기분 좋은 추억의 조각을 수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모닝빵을 떠올리면 언제나 함께 떠오르는 동반사물, 딸기잼. 냉장고에서 꺼내온 뭉툭한 병이 아닌, 작은 글씨로 영문이 빼곡히 적힌 일회용(?) 잼은 그 모양이 꼭 장난감 같아 금세 우스운 기분이 되고 만다. 별 것 없는 평범한 식탁의 풍경이 소꿉장난이 되는 귀여운 농담의 순간이다. 햇살의 색을 닮은 모닝빵과 물감처럼 새빨간 잼은 일상의 지루한 풍경에 새초롬한 위트가 되어주어, 잠에서 막 깨 뿌옇고 몽롱한 기분을 달콤하게 환기시킨다.
아침의 자리에 함께하는 사물이 대개 그렇듯 날섦이 없이 부드럽고 친근하다. 특히 여행지의 아침에 먹는 모닝빵은 무던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게 해 준다. 아무리 평소와 다른 특별한 곳에 와 있어도, 부스락거리는 잠옷의 소매를 식탁에 스치며 날 것의 모습으로 담백하게 즐기는 아침은 어제와 다를 것 없다.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아서, 너무 크거나 작지 않아서, 너무 딱딱하거나 부드럽지 않아서 특별한 긴장과 설렘 없이 베어 무는 순간, 우리의 특별하고 별 것 없는 보통날이 시작된다. 미지근하고 포근한 한 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