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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Sep 24. 2023

핸드워시를 바꿔 보세요

기분 좋은 집을 만드는 물건들

핸드워시를 바꿨습니다. 몇 개월 간 여러 브랜드를 고민하다 고른 것은 GBH의 데일리 핸드워시입니다. (핸드워시가 뭐길래 몇 개월 간 성심껏 고르냐 하실 수 있지만요.) 얼마 전엔 치약을 바꾼 얘기를 했는데, 이번엔 또 핸드워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손을 씻을 수만 있다면 뭐든 좋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되는 대로 세면대 위에 ‘거품을 낼 수 있는 아무거나’ 올려 두고 손을 씻어 왔습니다. 비누야말로 가볍고 싸고 자연소실되니 쓰레기도 나오지 않아 제격이라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핸드워시로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핸드워시야말로 기분 좋은 집을 만드는 기본의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분 좋은 집이라는 건 뭘까요? 쾌적하고 향기롭고 취향이 드러나고 여러 가지로 형용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환대력’입니다. 급히 만들어 낸 단어지만, 말하자면 ‘환대하는 힘’입니다. 집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나를 평온하게 반겨주고 보듬어 주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가장 첫 번째로 마주하는 순간들이 중요합니다. 현관의 풍경일 수도 있고, 훅 풍겨 오는 집 안의 향기일 수도 있고, 집에 오자마자 하는 첫 동작일 수도 있습니다. 이 순간들이 얼마나 기분 좋고, 내가 고민한 사려 깊음이 반영되어 있는지에 따라 집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욕실로 향해 손을 씻습니다. 조그맣게 말라비틀어진 비누를 여러 번 박박 문질러 겨우 미약한 거품을 내고 후딱 손을 씻을 때와, 감각적인 브랜드의 향기로운 핸드워시를 한 번 꾹 짜 부드럽게 손을 어루만지며 손을 씻을 때의 기분은 똑같을 리 없습니다. 고작 핸드워시만을 바꿨을 뿐인데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세면대의 풍경이 한껏 산뜻해 보이고, 손을 씻을 때도 더 의식해서 정성스러워집니다. 무엇보다 내가 고심해서 마침내 고른 취향의 물건을 사용하는 데에서 매 순간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손을 씻는 순간 ”어서 와. 손 씻고 얼른 맛있는 저녁 먹어야지”하고 핸드워시가 따뜻한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원하는 집을 상상해 보세요. 훗날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거실의 가구, 창밖의 풍경... 여러 장면이 동시에 떠오르지만. 제가 세심하게 떠올려 보는 것은 ‘욕실에 어떤 사물들이 있는가’입니다. 풍요로운 집에는 분명 이런 핸드워시와 수건, 바디워시가 있을 거야, 하면서 나를 환대해 줄 물건들을 사려 깊게 하나씩 그려 봅니다. 그런데 그런 기분 좋은 집을, 지금 당장 만들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고작 핸드워시 하나 바꾸면 되는 일인데요!


여러분이 집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또는 가장 먼저 사용하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아니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요? 후각에 민감하다면 마음에 드는 향의 디퓨저를 들일 수도 있고, 가장 먼저 불을 켠다면 따사로운 조명을 들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옷장으로 향하는 사람이라면 튼튼하고 촉감이 좋은 옷걸이에 신경을 쓰거나 욕실로 향하는 사람이라면 욕실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마음에 드는 브랜드의 물건으로 단장할 수 있겠지요.


아무쪼록 핵심은 아름다운, 향기로운, 감미로운, 부드러운 감각을 선사하는 물건을 성실하게 고민해 집 안에 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나 자신을 스스로 환대해 주는 자세를 갖춥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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