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물건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
인생 첫 로퍼를 샀습니다. 가을에 어울리는 단정하고도 클래식한 신발을 하나 들이고 싶었는데요. 한동안 여러 브랜드의 로퍼를 살펴보다 딱 눈에 들어온 ‘쿠에른‘의 로퍼를 구매했습니다. 사실 로퍼의 생김새란 크게 다를 바 없지 않나요. 무엇이 얼마큼 다르길래 가격이 천차만별일까 고심했지만 왜인지 이 로퍼는 딱 봐도 고급져 보였습니다. 처음 듣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나 여기 브랜드 로퍼 살 거야“라고 주변에 말했더니, 친구로부터 “나 회사 동료도 거기만 고집하더라. 발이 엄청 편하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가격은 무려 17만 원이 넘었는데요. 자고로 신발이란 조금 값비싸더라도 발이 편한 것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기에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흔쾌히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산 로퍼는 발이 편한 것은 물론, 제 스타일과도 잘 어울려 주변으로부터도 “볼수록 진짜 찰떡이네요”라며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발이 편한 질 좋은 구두에 기꺼이 투자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도 자신감이 생겨 발걸음도 한껏 상쾌합니다. 늘 3-4만 원짜리만 신던 옛날에는 느껴볼 수 없었던 쾌적함, 또 모르는 사이 일상의 한 부분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고양감도 들고요.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나요? 평소보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좋은 물건’을 골랐던 일 말입니다.
회사 동료와 함께 백화점을 둘러봤던 그날, 저는 17만 원짜리 로퍼를 동료는 27만 원짜리 청바지를 샀습니다. 서로 “나중에 메리제인도 여기에서 사야지”, “이제 다른 데서 바지 못 살 듯” 하며 좋은 소비가 주는 기쁨에 대한 소감을 주고받았습니다. 로퍼와 바지로 시작한 이야기지만, 비싸게 주고서라도 좋은 물건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던 날이었습니다. 과연 그때 저희가 새롭게 얻게 된 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좋은 신발‘, ’좋은 바지‘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감각입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똑같이 4-5만 원대의 바지를 샀다면, 앞으로도 바지라는 게 대체 어디까지 편해질 수 있는 물건인지 알 길 없었을 것입니다. 입어보지 않으면 계속 모릅니다. 꼭 신발과 바지뿐만이 아닙니다. 좋은 물건 즉, 좋은 소비를 통해 나의 격을 높인다는 건 이런 것일 것입니다. 물론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 몇십만 원일만큼 고급스러울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저렴한 바지 5벌 사는 대신 질 좋은 바지 1벌 사서 입어 보는 것은 무척 값진 경험입니다. 기분 좋은 생활 더 나아가 삶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어떤 물건에 돈을 지불하고 경험할’ 가치가 있는지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어떤 물건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감당 가능한 예산 안에서의 ‘좋은 소비’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질 좋은 물건’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나만의 안목과 기준이 생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