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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기분 좋은 선택을 합니다

산뜻한 삶의 연쇄를 만드는 법

by 위시

아무쪼록 끝이 기분 좋은 것을 고른다‘. 이런 얘기를 한 것은 회사 동료 J님과 함께 퇴근 후 필라테스를 마친 직후였습니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데 J님이 이러더군요. ”아, 역시 필라테스는 하고 난 ‘후’가 좋아.“ 그 말에 저도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목욕도 마찬가지지 않아요? 하기까지는 귀찮은데 하고 나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죠.“, ”맞아요(웃음)”. 그러다 J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개 그런 것들이 삶에 이로운 것 같아요. 대표적인 게 운동. 할 땐 괴롭지만 막상 하고 나면 개운한 것들요.“


끝에 가서 기분 좋은 것. 그런 생각을 하니 불과 전날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기로 다짐했던 터라, 저희는 점심을 먹고 난 뒤 르뱅쿠키를 먹을지 말지 무척 고민했습니다. 결국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쿠키를 지울 수 없어 “반띵하죠?“라는 타협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근처 카페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사 온 쿠키는 행복에 잠겨 5분 만에 먹어치웠고 그 덕에 기운이 나 오후의 업무도 으쌰으쌰 즐겁게 해냈습니다. 그래서 비록 참으려던 쿠키를 먹었지만, 만족스러운 선택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면 저녁에는 치맥 파티를 했습니다. 치킨 두 마리와 떡볶이, 감자튀김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뱃속에 욱여넣고 말았는데요. 먹을 때는 맛도 훌륭하고 신이 났지만 결국 새벽 두 시가 넘어갈 때까지 소화가 되지 않아 속이 불편한 채로 잠에 들어야 했습니다. 지금 이 괴로운 상태를 꼭 기억하자, 하고 되뇌며 다음에는 결코 과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끝이 기분 좋게 마무리되는 쪽’을 고르는 것은 꽤나 인내심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성격의 행복은 즉각 나타나지 않는 법이니까요. 목욕 후의 상쾌함, 운동 후의 개운함 같은 건 역시 눈앞에 놓인 치킨의 달짝지근함, 유튜브 영상의 흥미진진함보다 뒤늦게 찾아옵니다. 때로는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해 몹시 성가신 단계를 거쳐야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진정한 쾌적함의 연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뜻한 마무리감‘입니다. 마무리가 산뜻하면 그 기분을 발판 삼아 더 기분 좋고 이로운 다음 상태로 나를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끝이 불쾌하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또 좋지 못한 쪽을 고르는 악순환으로 빠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말하자면 ‘치맥’이 아닌 이왕이면 ‘르뱅쿠키’와 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어떤 쪽을 선택할지 고민이 될 때나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망설여질 때는 “산뜻한 마무리감”을 기준으로 삼아 봅시다. 어떤 것을 고르는 쪽이 마지막에 기분 좋을 수 있을지 잠깐 멈춰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아무리 당장 편안해도 끝이 찝찝할 것 같다면, 조금은 불편하게 돌아가도 마무리가 상쾌할 만한 쪽을 선택해 보세요. 그렇게 좌우지간 ‘끝이 기분 좋은’ 쪽을 선택합니다. 의외로 단순한 자세이지요. 그러한 자그마한 결정들이 연쇄되어, 별 것 아닌 인생의 대부분의 순간을 더 순조롭고 이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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