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위는 나 혼자의 것이 아니다
최근 한동안 보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상냥하고 마음씨 고운 주인공들이 나오지만, 종종 분통이 터질만한 행동을 해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결코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을 걱정시키는 행동만 하여 보는 입장인 제가 다 혼을 내주고 싶어져요. 위험하니 밤에 혼자 산에 가지 말라는데도 기어이 들어가서 비탈길을 구르고, 감기 기운이 있어 보여 약을 건네도 안 먹겠다고 괜한 고집을 부리는 식이죠. “쓸데없이 청승을 떨어!”하고 소리쳐 보지만, 화면 너머의 그들에게 제 목소리가 닿을 리 없겠죠.
사실 이러는 저도 며칠 전 엄마를 걱정시켰던 일이 있습니다. 일본에 갔는데 그중 몇 박을 혼성 도미토리로 예약한 것이었어요. 그러다 하루는 생판 모르는 남성 여행객과 2인실 한 방에서 둘만 묵게 되었습니다. 상대가 여성인 것보다는 역시 불편하지만, 별 일 있겠냐며 애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어요. 하지만 당일 아침, 엄마가 알게 되고는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지금이라도 다른 곳을 예약하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저를 곤란하게 했지요. 엄마 왈, ‘당장 일본으로 날아갈 뻔했어’라나요. 결국은 전날 술을 마시다 우연히 친해지게 된 현지인 분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의 걱정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별일 없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이고 있던 나의 마음만 괜히 어수선하게 헤집어 놓는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성가신 기분에 휩싸여있다가 문득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안위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제 곁에는 저를 걱정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어디를 가든 늘 그들의 마음을 어깨에 지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 혼자 괜찮답시고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멋대로 위험한 쪽을 택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지요.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한, 그 연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혼자 하는 여행이라고 너무 안일하게 이것저것 결정해 버린 것에 반성의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타국에 가는 만큼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다닐 것. 그것이 모두의 걱정을 떠안고 여행길에 오른 저의 의무였던 것입니다.
여행 내내 하루의 마지막에 그날 찍은 사진들을 보내며 안부를 전하곤 했지만, 안부란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을 걱정시키지 않는 것. 마음 졸이게 될 만한 거리를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전해야 할 바른 안부이자, 의무 그리고 책임인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치면 이유 모르게 혼쭐 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날, 저는 엄마에게 왠지 혼이 난 듯한 기분이 되어 한껏 주눅이 든 채 흐린 거리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치고, 또 저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걱정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 외쳤던 말을 당시의 저에게 건네 봅니다. 쿨한 척하지 말고. 가지 말라면 가지 말고, 제대로 챙겨 먹으라면 잘 먹고!
그렇게 저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저는 오늘도 계속 안전한 길로 한 발짝 걷습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오늘의 중심을 지키는 나다운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