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직접 해 봅니다

내 손을 거친 것들로 일상을 채우는 일

by 위시

어느 날 친구 E에게서 어디서 미싱을 할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미싱기를 빌려 쓸 수 있는 집 근처 공방을 알려주면서, 난데없이 웬 미싱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사이즈가 큰 옷들을 직접 리폼해 입어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며칠 후 제가 알려 준 그 공방에 가고 있는 중이라고 카톡이 왔습니다. 오, 완성되면 보여줘! 하고 답장을 남겼지요.


E의 첫 미싱 여정은 그녀의 블로그 글을 통해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옷을 사면서 '왜 옷을 직접 만들어 입지 못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네요. 그러면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내 손을 거치는 것이 더 정감이 간다." 그런 생각으로, 미싱에 도전하기 전에는 처음으로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어 보기도 했더군요. 얼마 전에 만났을 때 E는 그녀가 직접 크롭 기장으로 수선한 맨투맨을 입고 왔습니다. 미싱에 재미가 들러 조만간 미싱 클래스에 다녀 볼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기도 했어요.


얼마 전 영화 <리틀포레스트> 일본판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거기에서 코모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가는 청년 유우타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이 몸으로 직접 체험해서 그 과정에서 느끼고 체험해서 배운 것. 자신이 진짜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거잖아. 그런 걸 많이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믿어." E가 자신의 옷을 직접 수선해 입고 집에서 빵을 손수 만들어 보는 것을 보며,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손으로 만들어 과정을 직접 지켜본 것들로 나의 일상을 둘러싸는 일. 그것은 자신의 생활에 애정을 품고 살아가는 일을 넘어 책임을 지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행위입니다. 남의 손을 빌려 일상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손으로 직접 일상을 꾸려가는 일은 생활의 가장 궁극적인 기쁨이기도 할 테지요. 생활이란 말 그대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일이니까요.


손수 무언가를 해 보는 일이, 꼭 거창하게 기계나 스킬을 배워 적용하는 것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 손을 거쳐 어떤 과정을 직접 일궈 보는 것입니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마시는 대신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는 것,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는 대신 직접 옷의 보풀을 제거하는 것, 세탁기를 돌리는 대신 직접 손빨래를 하는 것 등 일정한 돈을 지불하는 대가로 편하게 해결하고 있는 일상의 소소한 작업들을 가끔씩은 시간과 수고를 들여 내 손으로 해 보는 것이지요.


나의 일상을 이루는 것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지고 경험하는 감각은 매일매일 쌓이며 나다운 생활을 이끌어 가는 데에 무척 중요한 지혜가 되어 줍니다. 마치 어떤 장면을 직접 손으로 그려 보는 것과 간편하게 프린트로 인쇄하는 것의 차이지요. 생각보다 손에는 많은 것이 뱁니다. 무엇이든 직접 해 볼수록 풍요롭게 농익는 법이지요. 내 손으로 직접 해 보는 것, 그것은 일상을 무르익게 만드는 작은 힌트입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친구 앞에서는 흔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