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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하나로 두 마리 토끼를 얻습니다

모두의 이유가 아닌, 나만의 이유

by 위시

오늘 오랜만에 홈트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장정 4개월 동안 홈트는 커녕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요가도 일절 올스톱 했던 탓인지 첫 동작부터 다리가 덜덜 떨리더군요. 고작 30분 하면서도 어찌나 볼멘소리를 냈는지 모릅니다. 이왕이면 기쁜 마음으로 하고 싶지만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무한도전 정준하의 짤을 아시나요?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것은 딱 이런 심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의 일상을 다소 불편하게 하는 것들의 해결책의 화살표가 모두 운동을 향해 있었거든요. 이제껏 운동을 간헐적으로 해 왔던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였으나, 이번에 운동을 재개한 것은 비단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수족냉증이 무척 심한 사람입니다. 집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도 손이 시린데요. 아무리 따뜻한 차를 마시고 털실내화를 신고 장갑을 껴도 소용이 없지요. 답답한 마음으로 수족냉증을 검색했더니 원인도 운동부족, 따라서 해결책도 운동이더군요. 운동이 부족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신체의 끝에 온기가 전달되지 않는다나요.


또 다른 이유로는 난방비를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운동과 난방비가 무슨 상관이 있나 아리송하시지요. 저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자취생으로서 가스비를 아끼기 위해 이번 겨울부터는 실내온도 18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말이 18도이지 무척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라 외풍이 심해 손발은 물론 코도 시려요. 수면잠옷과 털실내화를 신어 버티고 있지만, 가끔씩은 견디지 못하고 1도씩 올려가며 타협하다 결국 20도까지 올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게 냉기가 느껴질 때마다 운동을 하면 어떨까요? 금세 몸이 후끈후끈해져 추운지도 모르겠지요. 그렇게 1도씩 올리게 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솔깃해졌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저의 오랜 숙원이기도 한 불면증 때문입니다. 누우면 족히 2시간은 걸려야 잠에 들고, 잠에 들어도 악몽에 시달리고, 그렇기에 10시간 이상을 자도 하나도 잔 것 같지 않게 금세 피곤해집니다. 잠을 잘 못 잔다고 하소연하니, 주변 사람들이 ‘하도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라고 진단하더군요. 그 말도 일리가 있어, 몸을 조금이라도 혹사(?)시켜보면 나아질까 싶었습니다.


운동이라는 단 하나의 습관을 들이는 것으로 벌써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되는지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들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 이상을 잡을 수 있는 효율 좋은 습관들이 더 있습니다. 그래서 또 한 가지 실천해 보고자 하는 습관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많이 들어 김샐지 모르지만,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입니다.


헤아려 보니, 일찍 자는 습관으로 잡을 수 있는 토끼도 무려 4마리 정도 되더군요. 우선 햇빛을 좋아하는 저에게 특히 맞춤인 습관입니다. 저는 밤보다 낮을 훨씬 좋아하는데, 아이러니하게 올빼미형이라 늘 2시 가까이 되어서야 일어나곤 하지요. 겨울인 요즘에는 일어나서 점심 차려 먹고 뭐 하나 하려고 하면 금세 해가 져 아쉽습니다. 일찍 일어나면 밤에 깨어있는 시간보다 낮에 깨어있는 시간이 훨씬 길어지겠지요.


그러면 저절로 전기세도 절약할 수 있을 거예요. 일찍 일어난 만큼 일찍 잘 테니, 새벽녘까지 줄곧 켜 두던 불을 더 이상 오래 켜 두지 않아도 되니까요. 또한 전기세를 조금이라도 더 아껴볼 겸 잠들기 두 시간 전부터는 환한 형광등 대신 LED 조명으로 어둡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는데, 이는 더 쉽게 잠에 들 수 있게 도와준다고도 합니다. 수면 2시간 전부터는 전자기기를 비롯한 환한 불빛을 차단하는 게 좋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최근에 설을 새고 집에 돌아왔더니, 수면패턴도 엉망이 되고 기름진 것도 잔뜩 먹어서인지 피부가 눈에 띄게 칙칙해져 있더군요. 일찍 자기만 해도 피부를 재생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이래서 ‘운동하기’나 ‘일찍 자기’와 같은 습관은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듣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단 하나의 습관만으로 일석이조, 만병통치약인 셈이니까요.


비단 널리 알려진 습관 외에도, 자신의 일상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지금 느끼는 많은 불편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맞춤형 습관을 발명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남들 다 하는 습관이라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는 게 아닌, 나만의 이유를 찾아 더욱 동기를 갖고 꾸준히 실천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루하루 바쁜 일상,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한 두 가지의 습관을 찾아 집중하여 꾸준히 실천해 봅시다. 이것저것 죄다 시도해 보려다 작심삼일 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어줄지 모릅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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