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스르르 잠드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했었는데,
그걸 잊고 산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요 며칠은
운동 나갈 시간에 아침잠을 더 잔다.
하는 것도 없는데 몸이 자꾸만 나른해진다.
내가 하루 8시간, 10시간을 잘 수 있다니.
겨울잠을 자듯, 잘 수 있을 때 잔다.
나와 함께 자고 일어나는 강아지들.
내 허리에 딱 붙어서 자다가
더우면 이불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볼 때마다 귀엽다.
아침에는 내가 외출하기 전까지
간식 하나라도 더 먹으려 노력한다.
아직 신장은 건강하다는
이번 검사 결과에 또 한 번 안도하며,
귀찮은 척 미안함과 고마움을 섞어
간식을 챙겨준다.
오늘은 공방 가는 날.
주차가 여의치 않아 멀리 차를 댔지만
덕분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제법 봤다.
내 볼에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
내가 이 바람 때문에 겨울을 참 좋아했었다는 걸
문득 떠올린다.
잊고 있던 감각이었다.
주인은 따로 있었지만,
쓰임을 다 해
내게까지 온 누군가의 졸업식 꽃다발.
일주일쯤은
이 꽃 덕분에 행복하겠구나 싶다.
요 며칠은
좋아하는 동생과 윤슬도 봤고,
내 강아지와 따뜻한 낮 산책도 했다.
tv는 잘 안 보는 편이지만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틀고,
먹고 싶던 닭발에 맥주도 마셨다.
후식으로 먹으려던 딸기를
냉장고에서 쏟아버렸지만
딸기는 여전히 달고 맛있었다.
특별한 건 없지만,
효율을 따지는 삶보다는
순간이 중요한 삶에 더 가까운 요즘이다.
전 직장에서만
마케터로 10년을 보냈다.
즐거웠던 일에 대한 열정이 식는 순간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한지
고작 두 계절이 바뀌고 있을 뿐인데,
평생 쉬어 본 적이 없어서
매일이 불안했다.
생산성이 없는 하루하루가
오히려 날 옭아맸다.
쉴수록 몸과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러다 내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걱정이 아닌 늘 응원을 해준 사람들,
노견임에도 여전히 귀여운 강아지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식물들
하늘, 햇빛, 야식, 여행, 그림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
겨울바람이 분다.
내 볼을 스쳐 지나는 이 차가운 바람은
내게는 설렘이다.
내가 뭘 좋아했었는지,
어떤 꿈을 꿨었는지.
다시 떠오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