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스케이프 이야기는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대해
자연은 내가 그곳에서 오롯이 보낸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정직하게 보상을 해준다. 자연은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는 곳이니까. 자연도 내가 그러기를 원할 테니까. 물론 바라는 바가 있는데 집착이 심할 땐 반드시 그 소리는 아니더라도 다른 보상을 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고 싶은 소리가 간절한 경우엔 사심을 비운 척하고 점지한 그곳 그 지점으로 향한다. 몸이 편하면 쉬운 소리가 들리고 몸이 힘들면 소중한 소리가 들린다. 두려움이 앞설 땐 예상치 못한 감동이 있기도 하다. 지도에 핀을 꽂아둔 곳들을 하나씩 보며 마음이 향하고 감정이 동하는 곳으로 향한다.
바다와 작은 섬, 그리고 둘을 잇는 바닷속 길과 갯벌.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한국의 갯벌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 졌다. 늘 그렇듯 방법은 지금 바로 향하는 것뿐. 원하는 건 분명하지만 자연은 한낱 인간의 욕망을 일일이 헤아려 주지는 않는다. 서해로 향한다. 오후 즈음에 출발하여 노을이 걸칠 즈음에 도착한다. 태양은 주홍색으로 물들어가며 바다에 기다란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하늘을 수놓은 알아볼 수 없는 그림 같은 구름들과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녁 파도가 몰려옴을 느끼고, 멍하니 내 안의 생각들을 긁어내기 시작한다. 사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외감에 휩싸이면 자연스레 작은 존재임을 실감하며 특별한 의도 없이 비워져 감을 느낀다. 이곳에 온 목적조차... 잊는다. 이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생각이며 하려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저 멀리서 서서히 다가오는 바로 그 파도가 점점 다가오며 소리가 점점 커짐을 느끼고, 나의 앞에서 부서지거나 모래에 흡수되어 거품이 보글보글거린다. 다시 바다로 돌아가려 오는 파도를 배려하며 밑으로 스며드는 소리들이 있다. 하늘의 은은한 그라데이션처럼 부드럽게 변화하는 파도들의 하늘과 빛의 조화는, 언제 내 마음에 파고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나를 섬세하게 자연의 음악 속으로 밀어 넣는다.
만조를 지나 간조를 향한다.
해변으로 나온 사람들이 오가며 남긴 정겨움이 채 사라지기 전에 파도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 남겨질 듯 말듯한 바다의 남겨진 파편들이 잔잔하게 아니 애잔하게 조차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 들어주기를 바라는 듯 가느다란 음성을 낸다. 사라져 가는 바다를 향해 따라간다. 그리고 자정이 넘어간 시각.
달빛에도 별빛에도 의지 할 수 없게 된 순간, 바다가 잠시 자리를 내어준 갯벌에는 종일 이 순간을 기다린 생물들의 소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각이 어둠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한참을 지나 이들의 나지막한 이야기들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이 사라지고 귀에 모든 것을 집중한 순간, 비로소 듣고자 마음먹은 갯벌의 생명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떠난 자리에서 힘주어 내는 작은 합창들.
사라진 빛의 수만큼 긴팔 내밀어 어루만져주는 갯벌의 고요한 음악을 들으며, 돌아올 바다가 있을 곳으로 내가 얻은 위로를 돌려보내어 본다.
이번 이야기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여행 컨텐츠 전문 플랫폼 '세시간전'의 매거진에서 소리와 함께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3hoursahead.com/articles/964
*.본 글은 제가 Gourmet Lebkuchen에서 발행하는 히데코레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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