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by Ari

| Zantedesia

| 천남성과에 속하며 원예적으로 개량된 여러 종이 있음

| 알뿌리로 번식하고 겨울을 난다.




2주 동안 여행을 떠났다가, 엊그제 돌아왔습니다. 집을 비우는 동안 걱정 되었던 건 아무래도 화분에 있는 식물들이 말라죽는 것이었습니다. 떠나기 직전에 넉넉하게 물을 주고, 혹시라도 비가 내리면 맞을 수 있게 물을 좋아하는 순서대로 창에 붙여 두었습니다.

이번에 특별히 마음이 쓰인 녀석은 카라였습니다. 현관 앞에 두고 갈 카라. 카라는 점점 날이 뜨거워지면서 수국과 자리를 바꾸어 현관 앞에 두었던 것입니다. 그늘지고 서늘한 곳이 좋았는지 카라는 우아한 잎을 길게 뻗어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 존재감은 우리 집 현관 앞을 느긋한 잎사귀와 여린 초록색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카라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정확히 몇 년 전이었는지도 잊어버렸네요. 아직 겨울이 다 가지 않았을 때였는데, 회사 점심시간에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여자분이 다가오더니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여기 예쁜 카라 좀 사세요."

"네?"

"저는 돈을 모아서 꽃집을 열고 싶은 꿈이 있는데요, 이 화분을 팔아서 돈을 모으고 있어요. 제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어요?"

이토록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와 이 당당함이라니! 여자분이 안고 있는 다발을 힐끔 내려다보니 노란 꽃봉오리가 맺힌 작은 카라 여러 줄기가 보였습니다.

"아... 하나 주세요. 얼마인가요?"

"삼만오천 원입니다."

"네?"

그때 저는 사기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길거리에서 갑작스럽게 작은 모종 포트 하나를 삼만 오천 원에 살 것인가? 그만한 현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계좌이체 해 주시면 돼요."

네, 그럼요, 당연히 그렇겠지요!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걸린 느낌이지만, 왠지 거부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신문지에 싸인 카라 모종 포트를 받아 들었습니다. 아주 작은 꽃다발 같았습니다.


"이건 노란 꽃이 피어요. 몇 년 동안 계속 살아요. 그럼 예쁘게 잘 키우세요."

"네, 네. 고맙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꽃집 꼭 차리세요!라는 말과 꽃집 차리실 거라는 말 진짜예요?라는 말을 한꺼번에 했습니다. 그러고는 화분을 안고 사무실로 돌아와 오후 근무를 하고, 다시 화분을 가지고 집으로 퇴근했습니다.


더 큰 화분에 옮겨 심은 카라는 잘 자랐습니다. 미리 나 있던 봉우리에서 옅은 연두색에 가까운 노란 꽃도 피었습니다. 겨울이 오자 잎이 모두 시들었습니다. 저는 말라죽은 게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어렸을 때 집에 하얀 꽃이 피는 카라가 있었거든요. 그때는 집 안에서 항상 푸르게 있었고 시드는 걸 본 적이 없었습니다. 잎이 시든 빈 화분을 보면 마음이 복잡하게 가라앉았습니다.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오고 4월 초가 되었을 때. 어느 주말 아침, 심장이 콩 하게 놀랐습니다. 카라 화분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아, 너는 겨울을 난 거였구나! 다행함, 마치 이럴 것을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으쓱함, 그리고 앞으로 다시 자라날 것에 대한 기대가 솟구쳤습니다.

뾰족뾰족한 연두색이 머리를 내밀더니 며칠 후엔 길쭉하게 한 뼘 쑥, 말려있던 여린 잎을 사르르 풀어 펼치고 싱그럽게 자라났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겨울이 오자 다시 시들었죠.

그 겨울 동안 빈 화분을 바라보는 것은 그렇게 마음 무겁지 않았습니다. 쉬는 중인 거야, 하는 안도감이 오히려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봄이 오자 이번에도 싹이 날지 알 수 없어 긴장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봄.

이제 봄마다 카라 새 순이 돋는 모습을 기다리는 것이 일이 되었습니다.


엊그제 여행에 지친 몸으로 무거운 여행가방을 드르륵 끌고서 현관 쪽으로 다가섰을 때, 가장 먼저 카라가 눈에 띄었습니다. 잎 하나가 노랗게 마르고, 전체적으로 약간 바랜 듯 한 색과 여윈듯한 모습. 하지만 잘 버티고 있었습니다. 베란다의 다른 화분들도 잎이 시들하기 직전일뿐, 여름 볕에도 잘 지내고 있어서 놀랍고 다행스러웠습니다. 이제 가을이 올 때까지 다들 푸르게 지낼 수 있겠지요.

문득 우리 집 카라는 올해 겨울에 시들지 않게 계속 집 안에 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아무래도 카라의 새싹이 돋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보다는 비료를 넉넉하게 주어서 다시 한번 노란 꽃을 피우게 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때 공원 앞에서 카라 화분을 팔던 사람이 꽃집을 차리려 한다는 말이 정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지금쯤 꽃집을 열었겠지요? 봄마다 올라오는 카라의 새싹과 같은 분이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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