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 영혼의 소리를 듣다 )

2. 입학

by 검정봉지

아침 일찍부터 집이 부산스러웠다.

엄마는 잠도 덜깬 나를 앉혀 놓고 관자놀이까지 끌어올려 머리를 묶어주며 입에는 김으로 싼 밥을 넣어주고 있고 아빠는 넥타이와 양말을 찾으며 바삐 돌아다녔다.

“ 여보!! 내 넥타이 붉은거 못 봤어? 이거 줄무늬 밖에 안 보이네! “

” 줄무늬가 더 나아요! 어휴 가만히 좀 있어봐. ”

꽉 당기는 머리가 불편해 꼼질거리자 결국 한 소리를 듣고 얌전히 엄마 손에 머리를 맡겼다. 머리를 다 묶고 쇼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 여보~! 문 좀 열어드려. 백로씨 온다고 하셨어. “

안방 옆 전신거울에서 넥타이를 정리하던 아빠가 그 소리를 듣고는 문으로 향했는데 백로 언니가 온다는 소리를 들은 나는 쇼파에서 뛰어내려 아빠보다 먼저 달려가 벌컥 대문을 열어젖혔다.

“ 언니!! ”

“ 안녕하세요. ”

백로 언니는 항상 본 것처럼 상아색 특이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특이한 부분이라 함은 깃이 둥글게 되어있는 한복식 깃이다.

맨발로 뛰쳐나온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 언니는 아빠와 인사를 나눈 후 집안으로 들어왔다. 언니 손엔 보자기로 쌓인 커다란 꾸러미가 들려있었다. 거실에서 보자기를 풀고 화각으로 장식된 상자를 열자 잘 개어진 옷 위에 언니와 함께 가서 구입한 장도가 든 것이 보였다. 언니는 장도를 꺼내 상자 옆으로 내려 놓고 옷을 꺼내 펼쳐들었다.

“ 자, 들어가서 이걸 입고 나오면 됩니다. 앞으로 아가씨가 입을 교복이에요. ”

흰색 한복 장저고리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주름 치마였다. 나는 그저 새 옷에 신나하며 옷을 받아들곤 방으로 뛰듯이 들어갔다. 엄마는 내가 들고간 옷을 유심히 보더니 백로언니에게 물었다.

“ 어 그런데···. 원래 그 위에 두루마기? 처럼 생긴 겉옷도 하나 더 있는 걸로 알았는데요. ”

“ 아, 기숙사 별로 도포의 안감 색상이 정해져 있습니다. 학년을 나타내는 매듭과 함께요. 그래서 겉옷은 입학식 후에 학교에서 별도로 배급합니다. “

“ 그렇군요. 그 기숙사를 정한다는 건 어떻게 정하나요? ”

“ 그건··· ”

영로의식. 장도에 앵무새의 피를 떨어뜨려 깨우는 의식이다. 장도는 기본적으로 주인을 선택하는 무구인데, 그 영혼을 완전히 깨워 온전한 모습을 갖게 하는 것이다. 장도가 갖추는 모습은 주인의 자질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도의 모습으로 자질을 판단해 기숙사를 배정하는 것이다.

” 기숙사는 총 세 곳입니다. 장도에 귀물이 깃들어 그들과 합을 맞추는 옥리각, 무기 자체를 이용하는 구령탑, 천기를 읽는 관천루. 가 있습니다. ”

“ 그렇군요. 그럼 그 영로의식이란 걸 하기 전까진 우리 소능이도 자기가 뭐가 될지 모르겠네요. ”

“ ···.. 대충 예상을 할 순 있습니다만···.. ”

백로언니가 말끝을 흐리자 엄마는 더 궁금해졌는지 질문을 보채기 시작했다.

“ 정말요? 뭘 보고 알 수 있어요? 틀려도 되니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애타게 쳐다보는 엄마를 보고 당황한 백로언니를 구해준 것은 겉옷을 입고 나오는 아빠였다. 아빠는 차키를 챙겨들고 오면서 말했다.

“ 여보. 당황하시잖아. 우리도 이제 출발해야 하니 일어나지 슬슬. 백로씨도 저번처럼 저희랑 함께 가시는 것 맞죠?”

“아뇨. 저는 교복만 전해주러 왔고, 따로 갑니다. 일전에 알려드린 주소로 늦지 않게 오시면 저 말고 다른 안내인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 그래요? 아쉽네요··· 그런데 주신 주소를 미리 찾아보니 위치가 학교가 아니라 절로 뜨던데···? 이 주소가 맞는거죠? ”

아빠는 자켓의 안 주머니에서 백로 언니에게 받았던 주소를 건네며 물었다. 주소가 적힌 종이를 확인한 언니는 종이를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 절이 맞습니다. 진짜 학교는 틈으로 가는 입구 근처에 있어 법진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학교의 존재가 사회에 불러올 파장 전에 틈의 기운은 범인에게 위험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가씨와 같은 상황으로 일반인이 부모인 사람도 있으니 학교 산하의 절에서 입학식을 하는 겁니다. 장소대관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겠네요. ”

“ 그러고 보니 학교 설명에 겉으론 종교학교를 표방하고 있었잖아. 위험하다니 어쩔 수 없지만 딸내미 학교에 못 가보는 건 아쉽네···. ”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엄마가 아쉬운 표정으로 거들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있는 나를 보곤 자리에서 일어난 언니는 장도를 집어들고는 내 앞으로 다가와 눈 높이를 맞추었다. 언니는 치마 왼쪽 허리춤에 있는 작은 고리에 장도를 매달았다. 그리곤 내가 치마 안으로 넣어입은 저고리를 빼내어 옷 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

“ 장도는 항상 몸의 한 부분처럼 지니세요. 저고리는 빼내어 입고 고름은 단추가 있으니 묶을 필요가 없어요. 보다는 장식용으로 달아놓은 쪽에 가까우니까요. ”

마지막으로 장도에 장식된 노리개의 술을 저고리의 앞섶 밑으로 정리해준 언니는 일어나 부모님과 간단한 목례와 함께 악수를 하고는 두 팔을 펼쳐들었다.

“ 그럼 다음에 또 ···”

언니의 팔은 양쪽으로 펼쳐듬과 동시에 흰색의 깃이 돋아나고 커다랗게 펼쳐진 날개가 되었다. 펼쳐진 날개를 앞으로 손을 교차한 것처럼 모아 몸을 가리더니 강한 바람이 불었다. 눈을 깜빡하는 사이 언니는 자리에 없었고 언니가 있던 자리엔 희다 못해 시리게 빛나는 깃털 하나만이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우와아···..”

“ 거참···. 볼 수록 믿기질 않네...”

그저 신기하고 이쁜걸 본 게 재밌는 나와 그동안 살아오면서 알았던 상식을 통째로 깨부시는 최근 모든 일에 아직 어안이 벙벙한 부모님은 연신 헛것을 본 것마냥 눈을 비비며 언니가 사라진 곳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퍼뜩 정신차린 엄마의 진두지휘로 얼빠져 있던 나와 아빠는 부지런히 움직여 늦지않게 출발할 수 있었다.

“ 아차차! 우리도 어서 출발해야지 늦겠네. 딸! 빨리 가방 들어. 소능아빠도 지갑이랑 애 짐이랑 빼먹지 말구요! ”

일찍 일어나 졸렸던 나는 차에 타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사실 머리만 대면 어디에서든 잘 자는 편이긴 했다.

.

.

.

깜빡.

‘어라?‘

깜빡

물 먹은 것처럼 울리는 소리와 먹먹한 귓가에 이질감을 느꼈다. 뭐지?

주변은 온통 흰색이었다. 그저 흰색보단 물에 흰색 물감을 가득 타서 흔들리는 느낌. 이상하지만 익숙한 공기에 두 눈을 깜빡이던 내가 한 발을 앞으로 내딛자 수면을 건드린 것처럼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물결 덕분에 알게 된 거지만 나는 물 안에 잠겨 있는게 아니었다. 원반처럼 잔잔한 물이 주변의 공간을 반사해내고 있었던 것이고 나는 그 경계에 서 있었다. 물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던 나는 두 발을 모아 펄쩍 뛰었다.

찰팍!!

물이 크게 튈 것 같아 두 눈을 질끈 감고 뛰었지만 얼굴에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두 발 모아 착지한 그대로 웅크린 채 잠시간 서 있던 나는 힐끔 한 쪽 눈을 뜨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 어? “

발치에는 언제 어디서 온지 모르는 앉은 키가 소능의 무릎까지 오는 작은 새끼 백호가 있었다. 슥슥 앞발을 들어 어리숙한 그루밍을 하던 아기 백호는 소능과 눈이 마주친 후 짧게 울었다.

“ 꺄앙! ”

귀엽다. 동그란 귀, 보송보송 부드러워 보이는 흰색과 검은 털, 푹신해 보이는 왕앞발. 진짜 귀엽다. 만져도 되나? 만지고 싶은데? 근데 왜 아기 혼자? 엄마 호랑이는? 짧은 순간 엄청난 고민을 하던 소능은 퍼뜩 발목을 내려다 보았다. 어느새 더 가까이 다가온 아기 호랑이가 양말을 물고 당기고 있었다.

“ 어···어? 어? 당기지 마. 이거 새거란 말이야! ”

얼른 주저앉아서 아기 호랑이를 밀어내자 귀를 뒤로 넘기며 불만스럽게 우웅 거린 호랑이는 다시 다가와 이번엔 치마를 물고 당겼다.

“으앗! 이것도 새옷인···데? ”

자꾸 물고 당기는 탓에 당황했지만 이내 무언가를 알 수 있었다.

“ 갈게! 따라갈게! 그럼 되지? ”

그게 정답이었는지 물고 당기던 옷을 놓은 호랑이는 이내 꼬리를 빳빳이 세워들고는 앞으로 나가 선 채로 뒤를 돌아 소능을 쳐다보았다. 헝클어진 옷을 탁탁 치며 일어난 소능은 이내 아기 호랑이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용한 공간 내에선 두 발걸음이 찰팍거리며 걷는 소리만 잔잔하게 울렸다. 그리고 소능은 이 공간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한 발걸음만 걸어도 앞으로 주욱 나가는 느낌과 흰색 배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간 걸었을까. 갑자기 앞서 걷던 아기 호랑이가 그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팍 튀어나갔다.

“ 어? 어어! 같이 가 ! ”

아기 호랑이는 빠르게 뛰더니 어느 새 낀 자욱한 안개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고 소능 역시 호랑이를 따라 짙은 안개속으로 향했다.

“ 호랑아!! 어딨어!!! 호랑··· 호랑아? “

안개가 자욱해 두리번 거리던 소능은 이내 푸르륵 푸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안개 너머로 사람의 형태가 보였고 그를 중심으로 안개가 서서이 옅어지고 있었다.

소능은 누군가 앉아있는 듯한 그림자로 천천히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안개가 흐려지고 완전히 안개가 걷히자 그곳에 있는 건 정좌를 하고 앉아있는 흰색 장발의 남자였다. 소능이 들었던 소리는 그 품에서 아기 호랑이가 쓰다듬을 받으며 기분 좋은 듯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던 소리였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 당황한 소능이 일단은 어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어···. 저기···.. 안녕하세요···?“

소능의 인사에 장발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소능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흰 머리라 나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남자의 얼굴을 정말 많이 봐줘야 서른 초반 적게 보면 이십대 중반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무안할 정도로 아무말도 안하고 소능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었다. 사실 눈을 감아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서 더 당황하고 있던 소능을 구해준건, 불만 가득한 아기 호랑이였다. 쓰다듬던 손이 멈추자 아기 호랑이가 멈춘 손을 앞발로 잡고 약하게 깨물며 손바닥에 박치기하듯 머리를 부볐다. 부드럽게 웃은 남자는 다시 아기 호랑이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 오래 쳐다봐서 미안하구나. 인간 아이를 본 것은 너무 오랜만이라 실례를 범했어. “

” 그···. 괜찮습니다. 근데 그 호랑이 주인이세요? “

” 이 호랑이?···. ”

소능의 질문에 품에서 고릉 거리는 호랑이와 소능을 번갈아 바라본 남자는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손가락으로 소능을 가르키며 답했다.

“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나. 이 아이의 주인은 너잖니. ”

그가 가리킨 곳은 소능의 허리춤으로 장도가 달려있는 곳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장도를 움켜쥔 소능은 손 안의 장도를 바라보았다. 상아색의 그 장도는 분명···.호골···.그러니까 호골은 호랑이의 뼈···.니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소능을 보고 남자는 작게 실소를 흘렸다.

” 맞단다. 그 장도가 너를 나에게 인도한거지. “

” 그렇구나··· 근데 여긴 어디고 할아버지···..아저씨?는 누구세요?”

“······.. 이 몸은 시호. 시호라고 불러라. ”

“ 네! 시호 할아버지! 그래서 저는 왜 여기 있어요? 저 학교 가야 하는데. 여긴 어디에요?“

” ···. 여긴 의식 속이란다. 아이야. 더 정확히는 .. 너와 나의 의식이 섞였다고 봐야지. “

눈을 깜빡이며 시호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하던 소능은 이내 결론을 내렸다.

“ 꿈이구나?”

“···. 비슷하단다. ”

읏차 하는 소리와 함께 품속의 아기 호랑이를 안고 일어난 시호는 컸다. 소능의 시선을 빌려 말하자면 거진 문짝만했다. 키뿐만이 아니라 어깨도 떡 벌어졌는데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있어 더 커보였다.

천천히 소능에게 다가온 시호는 아기 호랑이를 소능에게 건넸다. 소능이 아기 호랑이를 받아들려는 그때 아기 호랑이가 발버둥을 치더니 뛰어내렸고 소능의 허리춤으로 돌진했다. 부딪히는 순간 빛으로 변한 아기 호랑이가 장도로 쑤욱 흡수되었다.

깜짝 놀란 소능이 뒤로 물러나다 다리가 꼬여 비틀거렸고 그 모든 과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호가 손을 뻗어 소능의 등 뒤를 받쳐주었다.

“우악!··· 감사합니다. 그보다 진짜 아기 호랑이가 제 장도였네요? ”

넘어짐을 면한 소능은 아기 호랑이가 뛰쳐들어간 장도와 시호를 번갈아 보며 신기하단 듯이 말했다.

” 아니야. 그것보단 보아하니 아직 아기 호랑이가 그대를 거부하는 것 같은데 ···.. 이름은 지어줬나? ”

“ 어···. 아뇨? 이름이 필요해요? ”

” 이름은 특히 중요하지.. “

말끝을 흐리는 시호를 뒤로하고 소능은 아기 호랑이가 들어간 후에 흐린 빛이 솜사탕처럼 맻혀 빛나고 있는 장도를 잡아들었다. 다른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제딴에 진지하게 고민하며 중얼거린다. 호랑? 호연? 호호? 호호 어때? 순간 팍 꺼지는 빛에 당황하던 소능은 다시 말을 붙여 보았다. 싫어? 뭐가 좋을까 하며 장도에게 말을 건네는 소능을 바라보던 시호는 작게 중얼거렸다.

“ 이 정도는···괜찮겠지. ”

“네?”

장도를 살짝 흔들기도 하며 계속 말을 건네던 소능은 머리 위에서 작게 중얼거리는 시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시호는 잠깐 입을 꾹 다물고 소능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 백영. 흰백 자에 옥빛 영. 백영으로 하거라. ”

“ 오··· 흰···빛? 맞죠?? 저 한자 배웠어요! ”

“ 그래. 총명하구나. 보아하니 그 장도도 썩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어떠냐.”

시호의 말에 내려다본 장도는 과연 불만스레 팍 꺼져있던 빛이 어느새 다시 솜털처럼 빛나며 반짝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어이없이 바라보던 소능은 이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호를 바라보았다.

“ 그러게요··· 주인은 난데 내가 짓는 이름은 싫다니··· 아! 그래도 아저씨가 지어준 이름이 싫단 건 아니에요! 오해하시면 안 되요? ”

투덜거리던 소능이 퍼뜩 시호의 눈치를 보며 횡설수설 하는 걸 지켜보던 시호는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오해하지 않는단다. 그보다 네 부모가 너를 걱정하는 구나.

“ 우리 엄마 아빠를 아세.. 아? ”

부모님을 아는 듯한 말투에 물어보던 소능은 이마를 툭 치는 시호의 손길에 말을 멈추었다. 정말 가볍게 친 것 같았는데 그 손길에 붕 떠오른 몸은 어둠속으로 빠르게 추락했다.

‘ 오랜만에 인간 아이를 보아 기뻤으니. 기회가 된다면 아기 호랑이와 다시 보자꾸나.‘

어두워지는 시야에 나즈막히 분명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빠르게 떨어짐에도 극세사 이불이 온 몸을 감싸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네. 다시 봐요 할아버ㅈ···.음냐···

.

.

.

“···..!!!”

“음? ”

뭐야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야··· 냅다 옆으로 돌아 웅크리며 속으로 투덜거리던 소능이 다시 잠들려는 그때 귀가 아프게 당겨지고 고막으로 똑바로 목소리가 내리꽂혔다.

“ 유소능!!! 일어나!!!”

“ 왁!!”

쿵!

귓전을 때리는 목소리에 벌떡 일어난 소능과 소능을 깨우던 아빠의 이마가 정통으로 부딪혀 돌이 깨지는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엄마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이마를 부여잡고 주저앉은 아빠를 끌어내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벌겋게 부은 이마가 이따 혹이 생기겠다. 반면 돌머리인 딸내미는 눈도 못 뜨고 구르듯이 차에서 나와 기지개를 펴는 중이었다. 나른하게 하품을 쩍 하더니 주변을 둘러보다 그제야 이마를 부비며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는 보였나 보다.

“ 으아니··· 아빠 괜찮아요? 그러게 왜 얼굴을 들이대고 깨우셨데···.. ”

“ ···. 내 탓이냐···. ”

능청스럽게 말을 건넸다가 이마를 부비며 찌릿 쳐다보는 아빠의 시선에 먼산을 쳐다보는 소능이다. 그러는 와중 트렁크에서 짐을 한가득 꺼내온 엄마가 아빠손에 짐가방을 들리면서 말했다.

“자자. 코미디도 좋지만 어서 들어가야 해. 딸도. 놓고 내린 짐 없지? ”

엄마의 말에 허리춤의 장도부터 책가방까지 한 바퀴 돌아본 소능은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짐은 입구옆에 깔아논 천 위로 쌓아놓으면 된데요. 라고 말하며 아빠와 함께 앞장서는 엄마를 뒤따랐다. 입학식을 치루는 장소로 빌린 절이라길래 그냥 평범한 절인줄 알았는데 웬걸 소능의 눈 앞엔 트럭이 두대도 지나갈 만한 대궐 입구같은 절 입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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