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비들을 해치운 남자는 뱀파이어킹으로 불리는 드레이크 백작이었다. 난폭한 피의 군주였던 블라드 드러쿨레아 왕의 전설에서 비롯된 소설 드라큘라 백작의 영향인지, 그가 실제 과거에 백작이었는지 사람들은 몰랐다. 하여튼 그는 드레이크 백작으로 불리었다.
뱀파이어킹은 흡혈귀들 사이에 전설로 전해지는 인물이었는데 압도적인 힘을 가진 뱀파이어킹이 언젠가 때가 되면 모든 흡혈귀를 구속에서 해방하고 흡혈귀들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흡혈귀들 사이에는 드레이크 백작이 전설의 뱀파이어킹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흡혈귀들은 몰랐다. 그의 알 수 없는 나이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가공할만한 힘을 감안한다면 그가 뱀파이어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드레이크는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숨죽이고 살아가야 하는 흡혈귀들을 구속에서 해방할 생각이 당장은 없는 듯했다.
드레이크는 한조 일당을 손봐주고 신주쿠를 떠나고 있었다. 그 순간 드레이크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어왔다.
‘태초의 선조들이시여, 잠깐 모이시죠.’
익숙한 멀린의 사악하고도 음침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드레이크는 땅 위에 내린 뒤 거대한 박쥐의 날개를 펼쳐 자신의 몸을 감싸고 트랜스 상태(초월적 의식 상태)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의식은 4차원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이미 다른 선조들이 그 공간에 도착해 있었다. 이들은 고대의 신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던 자들이다.
4차원의 공간에서 그들은 회의를 열고 있었다. 물리적 실체의 몸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었지만 그들의 의식이 모여 정신의 공간에서 원탁회의를 열고 있었다.
먼저 멀린이 입을 열었다.
“렙타일들은 우리의 계획에 순순히 협조하고 있습니다. 저의 명령을 어머니 가이아의 명령이라 철석같이 믿고 인류 정벌에 앞장서고 있죠. 케세론 왕과 셔먼티 사제의 정신은 이미 저에게 잠식당해 그들을 조종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각국의 권력자들을 렙타일들로 바꿔 가는 것도 착착 진행 중이죠. 다만 한국의 렙타일 리더인 버록이 반란을 일으켰으나 당장으로선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아요. 한국은 작은 나라니까요. 하지만 한국 서울에서 엑스칼리버와 함께 등장한 흡혈귀 아이가 조금 신경 쓰이는군요. 엑스칼리버를 소환할 수 있다는 건 그 녀석이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시노비들을 시켜 그들을 공격할 것입니다. 시노비들이 실패한다면 내가 직접 나서겠소. 내 종족의 일원이라면 내 손으로 정리해야지.” 드레이크가 입을 열었다.
태초의 선조들로 불리는 이들의 정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막강한 힘과 부를 가지고 그림자 속에서 실제로 세상을 좌우하는 힘을 가진 세력. 그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왔고 고대의 신들이라고도 불렸다.
“영점장에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크리처는 많지만 영점장에 직접 의식이 들어가 엑스칼리버를 소환했다는 점은 우려가 됩니다. 이번에 그 아이는 확실히 제거되어야 합니다”
고대의 신 중 하나인 아누비스가 덧붙였다.
“물론이지요.” 드레이크가 답했다.
드레이크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