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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 - 양귀비

수십만 송이 중에 한 송이 너를 만나러 왔다.

by 이성일
2025.5.12. 니콘 D750, 80-200미리 렌즈.


안개꽃밭 속에 나즈막하게 핀 양귀비들
그 중 하나, 하늘을 향하여 고개를 추켜 세웠다.


너 오늘 나에게 딱 걸렸다.


하지만 바람은 꽃을 그냥 두지 않는다.

높게 오른 탓인지 홀로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아 제발 멈추어라


숨을 멈추고

응시하며

기다린다.


바람이 멈추는 그 순간

찰칵


어제는 내가 나비가 되었다가

오늘은 내가 양귀비가 되었다.


5월 중순 태화강 국가 정원은 온통 꽃의 향연입니다. 그 중에 안개꽃 밭의 양귀비가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하얀 배경에 붉은 꽃이 더 정열적으로 보입니다.


수십만 송이의 양귀비 속에 그 날 내 눈에 들어온 양귀비는 딱 두 송이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위의 양귀비입니다. 아래에 양귀비들이 수평 균형을 잡아주고, 홀로 핀 양귀비는 수직 균형을 잡아줍니다. 무엇보다 흰 안개꽃 배경이 한 송이를 더 돋보이게 합니다.


꽃을 찍는다는 것은 수십만 송이 꽃 중에 내 마음을 흔드는 꽃 한 두 송이를 찾는 일입니다.


두 번째 내 시선을 사로 잡은 양귀비는 아래 사진입니다. 지는 해가 양귀비 한 송이를 정확히 뒤에서 비추고 있습니다. 마침 먼 곳의 건물 사이 여백이 있었습니다. 그 덕에 양귀비의 꽃잎이 아름답게 표현되었습니다.

흐뭇한 하루였습니다.


다음은 그 날 함께 찍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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