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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 - 나를 잊는 순간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by 이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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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금계국 위로

나비 한 마리


찍으려 하면 날아가고

찍으려 하면 또 날아간다


나비를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와

숨죽인 시선


드디어

살포시 앉아 포즈를 취해준다


그 순간, 나는 나를 잊는다

셔터를 누르는 찰나,


나는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금계국 위에 살포시 앉은 나비 한 마리.

카메라를 갖다 대면 날아가고, 또 갖다 대면 날아가고.

나비의 날갯짓 따라 내 카메라의 움직임도 멈추지 않는다.

그러기를 수 차례

나비가 앉는 순간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 나는 나를 잊고

속으로 작은 환호성을 지었다.


<장자의 호접몽>

장자는 어느 날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후, 자신이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는 현실과 꿈,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넘어 모든 존재가 하나로 통할 수 있다는 장자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감KakaoTalk_20250608_152215343_19.jpg 2025.6.7(토) 창녕 영축산 입구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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