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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 - 멈춰어야 보이는 것

삶의 속도를 생각해 본다.

by 이성일


땀이 줄줄 흐르는 출근길 라이딩

거친 호흡에 시선은 눈앞에 머문다


문득 고개 들어 본 하늘

파란 하늘에 마음이 시원해진다


천천히 가야 보이는 풍경

멈춰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아침부터 30도인 한여름 출근길.

나는 여전히 차가 아닌 자전거를 선택했다.

이 풍경을 만나기 위해.


12킬로. 40여분.

출근길은 동천강에서 시작해 태화강을 따라 가다가 태화로터리에서부터는 자전거 도로가 없어진다.

한 겨울 추위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자전거가 나의 출근 수단이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는다.


땀이 흐르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하지만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달리는 동안 시선은 전방을 향한다. 가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잠시 페달링을 멈추면서 자연스레 고개가 하늘을 향한다.


나는 자전거를 멈추었다.

이 풍경을 담기 위해.


『장자』 「잡편」 ‘어부’에는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한 남자의 우화가 등장한다. 그는 그림자를 떨치기 위해 빠르게 달렸지만, 그림자는 더 바짝 따라붙었고 결국 지쳐 죽고 말았다. 장자는 “그늘에 들어갔다면 그림자는 사라졌을 텐데”라며 헛된 불안과 쓸모없는 노력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삶의 속도를 생각해 본다.

말의 속도를 생각해 본다.

생각과 행동의 속도를 생각해 본다.


<오늘 출근길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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