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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일 Jan 05. 2023

왜 사는가? 그냥!

그냥은 대충이 아니다.

‘그냥’은 국어사전에서 ‘어떠한 작용을 가하지 않거나 상태의 변화 없이 있는 그대로’라고 설명한다.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되는 그대로 두는 것이다. 노자의 무위(無爲)가 생각난다. 노자는 모든 사회 문제가 인위적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법, 제도, 국가 등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한 가상의 실재들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노자는 이런 가상의 실재를 인간의 자연적 본성을 억압하는 악(惡)으로 간주했다.

그럼 무위(無爲)란 무엇인가. 위(爲)는 영어의 ‘Do’에 해당하는 ‘무엇을 한다’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간이 살 수 없다. 위(爲)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위이다. 

그럼 무위는 무엇인가? 그냥 하는 것이다. 등급을 위한 공부는 인위이고, 그냥 하는 공부는 무위이다. 그냥 한다는 것은 행위가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이다. 따라서 함의 궁극적 목적은 행위 그 자체여야 한다.

왜 사는가? 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댄다. 그 이유는 목표라는 말로 치장되기도 한다. 하지만 목표는 만족을 주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목적과 수단이 가치 전도되어 인간을 수단으로 전락시키곤 한다. 돈이 대표적이다.

왜 사는가? 에 나는 ‘그냥’이라고 말하고 싶다. 칸트는 인간 자체를 목적으로 보았다. 삶은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산다는 행위 자체보다 더 큰 목적이나 이유는 없다. 삶의 궁극적 목적은 그냥 ‘사는 것’이어야 한다.

이제까지 나는 ‘그냥’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여겼다. ‘대충’의 다른 말로 생각했다. 그래서 늘 애쓰며 살았다. 때로는 애쓰는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애쓰는 일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 그래서 올해 목표에 “애쓰지 말자”를 포함했다. 그런데 새해부터 지키기는 물 건너갔다. 뭘 안 해야 하는데 자꾸 하고 있다. 지금도 밤늦은 시간 ‘그냥’으로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63일을 더 써야 한다. 뭘 쓸까 고민하며 쓰기 전까지는 인위였는데, 쓰면서 무위가 되어버렸다. 나는 왜 쓰고 있는가? 대답은 그냥이다.

두물머리의 물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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