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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일 Apr 13.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시간을 짜서 글을 쓴다.

해야할 이유 한가지가 간절하면, 못할 이유 아홉가지가 있어도 한다

수학여행 삼일째, 한라산 등반 어리목 코스이다. 등산 후 20분은 항상 힘들다. 몸이 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초입이 가파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리목 코스도 그렇다.  처음 한시간은 나무계단을 계속 오른다. 10분이 지나자 포기하는 학생이 생긴다. 물어보니 이유가 각양각색이다. 진짜 이유는 이거다.


힘든데 재미없다는 거다.


아이들은 축구는 힘들어도 목숨을 건다. 한반에 한명은 깁스 중이다. 축구로 인한 부상때문이다. 아이들은 등산이 재밌을리 없다. 체력 단련이 필요하지 않은데다, 자연에서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이른 나이다. 포기하고 하산하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고는 말했다.


아프면 내려가고

힘들면 올라가라.


하기싫은 일을 참고 할 수 있어야

하고싶은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힘들고, 내려가기로  마음먹은 아이들 발걸음을 돌리지는 못한다.


한시간을 오르니 약수터가 있다. 삼다수보다 좋은 물이라고 아이들에게 권했다. 이후 윗세오름까지는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서귀포와 바다가 펼쳐진다. 어리목 코스 최고의 풍광이다. 윗새오름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모두 기진맥진이다.


하산길에도 후미를 맡았다. 한 학생이 계속 처진다. 이유를 물어보니 어제 성산일출봉에서 발을 삐었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한라산을 오르고 싶었다고 한다. 이 녀석은 다리가 아파도 오르고 싶었던거다.


오르고 싶지 않았던 아이들은 힘든 것이 아프게 느껴지니 포기할 이유가 생긴거고, 또 다른 아이는 진짜 아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랐다. 결국 그 녀석은 나와 거의 마지막에 하산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발목이 분명 많이 아팠을텐데 거의 내색하지 않은 녀석이 대견하다.


해야할 이유 한가지가 간절하면 하지 않아야할 이유 아홉가지가 있어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산 등산, 제트보트와 요트체험, 오설록 방문을 했다. 저녁 식사 후 아이들 장기자랑을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신나는 곡은 따라 부르고, 춤도 같이 추면서, 연신 셔터를 누르다가 모르는 노래면 틈틈이 몇 줄씩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시간을 짜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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