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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토아부지 Jan 17. 2023

마피아게임에서 람보까지…<유령>

서러워서 올리는 리뷰 - 서올리

한줄 요약 먼저. <유령>은 고도로 세공된 양식적 세트 안에서 5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색을 발산하는 일제강점기 배경의 추리 액션 영화다.


육아 선배 이하늬는 인터뷰가 끝난 후 6개월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몸이 회복된다고 덕담했다.


항일 조직 흑색단의 스파이인 ‘유령’을 잡기 위해 유령으로 의심받는 용의자들을 외딴 절벽에 있는 호텔에 가두면서 사건이 진행된다. 설경구(쥰지)·이하늬(박차경)·박소담(유리코)·서현우(천 계장)·김동희(백호) 중 ‘유령이 누구인가’를 질문하는 초반부가 밀실 추리물이라면, 실체가 밝혀진 유령이 일본군을 소탕하는 후반부는 통쾌한 액션물이다. 


전작 ‘독전’(2018)에서 화려한 스타일을 과시했던 이해영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양식적 기교를 극대화했다. 인물 간 연대를 상징하는 성냥불을 붙이는 장면은 매번 감각적이고, 물 한 방울 떨어지는 순간도 슬로모션으로 놓치지 않는다.


미장센이 멋있긴 한데 비를 다 맞을 것 같다.


특히 1930년대 조선이라곤 믿기 힘든 비비드한 색감이 돋보인다. (라고 쓰고 튄다고 읽는다. 설경구는 무슨 드라큘라인 줄 알았다.) 인물들의 의상은 각 캐릭터 고유의 색을 담고 있고, 취조 장소인 호텔은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을 연상시킨다. 조선인 어머니를 둔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 역의 설경구는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면서 한 컷 한 컷 정말 정성스럽게 닦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출연 배우임에도 객관적으로 영화를 것 같았다.) 


스타일이 강조되다 보니 서사의 흐름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것보단 보여주고 싶은 무엇을 위해 서사를 붙여 나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전투구. 설경구는 인터뷰에서 개싸움(연기)은 자신있다고 했다.


폐쇄적 공간에서 누가 유령인지 찾는 초반부는 마피아 게임이 연상된다.(그만큼 유치하다고 느껴질 수 있단 얘기다.) 다만 추리보단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의 화학작용을 보이는 데 집중한다. (=둘씩 둘씩 만나서 더러는 싸우기도 하고, 더러는 점도 보고, 더러는 잡담을 나눈다.)  


유령의 정체가 공개되는 지점부터 영화의 온도는 급상승하며 액션 영화로 변모한다. 유령이 일본군을 말 그대로 소탕하는데, 카타르시스를 느낄지, 현실과의 괴리로 이질감을 느낄지에 따라 반응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더 락에서 람보, 데스페라도, 씬시티까지) 주역으로 활약한 이하늬는 “일제강점기의 슬픔이 내재돼 있으면서도 굉장히 세련되고 독특하게 풀었다”며 “양손에 총을 들고 일본군을 소탕하는 마지막 부분은 판타지에 가깝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출연 배우로서 객관적으로 영화에 임했단 생각이 들었다.)


투병 중일 때 이 영화를 찍은 박소담은 이제 몸이 많이 나았다고 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도 봤다고..


영화는 각 역할의 특성을 살린 캐릭터 무비를 지향한다. 할리우드 ‘오션스’ 시리즈나 최동훈의 ‘도둑들’을 연상하면 쉽다. 설경구, 이하늬 외에 정무총감 비서로서 단단한 얼굴을 보여주는 박소담과 악랄한 경호대장 카이토 역의 박해수 등 기존 이미지와 조금씩 다른 모습을 연기한 배우들의 합도 나쁘지 않다. (한국 배우인 박해수마저 일본인 역할을 한 게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원랜 일본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단다.)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은 보다 강조되고, 상대적으로 남성 캐릭터는 기능적으로 쓰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역시 큰 일은 여자가 한다.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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