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 우리 아기
출산 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루가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며 아기가 잠든 시간이 유일하게 엄마가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수유하고 트림시키고 잠을 재우고, 밥도 먹다 보면 금방 시간이 흘러갑니다. 아기가 낮잠을 잘 잤다는 가정하에 밥이라도 먹을 수 있죠.
국을 한솥 끓여 삼시 세 끼 10분 안에 밥을 말아먹고 우는 아기를 달래다 보면 저녁 시간이 돌아오곤 합니다.
첫 주는 새벽에 우는 아기를 달래다가 잠을 아예 포기했는데 이제는 아주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조금씩 낮과 밤을 구분하는 아기가 신기하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밥을 못 먹어도 배부른 이 느낌.
건강하게만 커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오늘은 부모님께 전화해서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아기를 키우기 위해서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것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마음의 품이 많이 들어갑니다.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먹이고 싶고, 덜 울리고 싶고, 최대한 편안했으면 좋겠고.
부모가 처음이라 부족한 것을 머리는 알고 있지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에 작은 실수에도 크게 자책하곤 합니다.
모유가 부족해 분유와 모유를 함께 먹이고 있습니다.
모유:분유가 1:2이니 거의 완분이죠.
분유통에 적혀있는 '모유가 아기에게 가장 좋은 음식'이라는 말을 보며 아기가 분유를 소화 못하고 게워낼 때는 모유량이 많지 않은 스스로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공부했어도 모유수유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마주했을 때 우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유량이 적은 소수의 산모일 줄 몰랐죠.
내 뜻대로 되더라도 아이에게 최선이 아닐 수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매일 생기는 것이 육아인가 봅니다.
남편과는 매일이 기출변형이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오늘은 낮에 잘 잤는데 내일은 자지 않고 울기만 하고
밤에도 눈을 똘망뜨고 있기도 하죠.
우리 부모님도 얼마나 마음 졸이며
우리를 키우셨을까요?
저 역시 커가면서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고 탓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고 섭섭함을 느꼈었죠.
그런데 아이를 낳고 품이 많이 드는 시기를 보내며 나도 큰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라는 사실에 새삼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부모님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을 드리는 존재였다는 사실.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