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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변해도 나는 변하지 않는다.

휴직 중 집에서 쌓는 커리어.

by 은방울 꽃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날, 친구들과 한 빌라 앞에 도착했습니다.

괜히 겁이 나서 친구의 손을 붙잡고 한 번 더 물었습니다.

"정말 무당이 사주 봐주는 곳 아니라고 했지?"
"아는 언니가 알려준 곳인데 되게 용하데, 그런 곳은 아니니까 걱정 마"

안도의 한숨을 쉬며 초인종 눌렀습니다. 도착한 곳은 평범한 가정집과 다름없었습니다.

털털 맥없이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이제는 설레는 마음까지 생겼습니다.


친구들 차례가 지난 뒤 드디어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결혼을 일찍 했어요? "
"공무원 사주가 있네, 지방직이라도 하나 할 사주야."

사주의 흐름에 따라 정말 저의 삶이 흘러간 것일까요?

마지막으로 그분은 저에게 시험운이 있으니 꼭 공부를 손에서 놓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사주에서 저는 공부팔자라고 말합니다.

공부에도 팔자가 있는 걸까요?


공부라고 하면 제일 먼저 했던 입시 공부가 떠오릅니다.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좋아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입시 공부에 대한 초조함을 생각하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네요.


과거에는 공부에 선택지가 없었다면 현재는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래의 사진은 저의 블로그입니다.

약 200개의 글에는 좋아하는 책, 취미 생활, 자격증 시험, 연수 등 저의 경험이 녹아있습니다.

기록들을 보다 보면 그 해 내가 어떤 고민을 했고, 무엇을 좋아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며 몰입을 경험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큰 즐거움을 겪었습니다.

심리학 책을 읽으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며 늘 학교 이야기만 하던 남편과도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들었던 다양한 연수들은 연차가 쌓일수록 교사로서 역량을 향상해 주는 다양한 재료들이 되어주었죠.

공부라는 것은 팔자가 아닌 선택입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내고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죠.


선택은 때로 주어지는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렵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시간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자유 시간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자유 시간이 더 재미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 시간에 실컷 놀아야 후회가 없다는 건 아는데 뭐 하지? 허둥지둥하다가 시간이 끝나버리곤 하죠.


고민만 하다 시간이 흐르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워 "생각나는 것 중에 뭐라도 해봐! 그러고 나서 재미없으면 다른 것도 해보면 되지" 라며 말하곤 합니다.


공부는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내가 가지고 싶은 능력을 떠올려 봅시다.


최근 인상 깊게 읽은 휴머노이드라는 책에서 내게 로봇팔이 생긴다면 그 로봇팔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저라면 한 손으로는 아이를 돌보고 한 손으로는 책을 읽고 다른 손으로는 이 경험들을 글로 쓰고 싶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하루 10분이라도 시간을 투자하여 나의 가능성을 적립해 보면 어떨까요?


쌓이는 가능성들이 언젠가 저의 로봇팔이 되어 것이라 믿습니다.

시작하고 그만두더라도 또 시작하면 됩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엄마들이 제2의, 제3의 꿈을 이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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