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아침 일찍 서둘러 차를 타고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혼자 차를 운전해 노래를 들으며 가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일상이 참 반갑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해도 남편과 아기생각만 납니다.
에어컨 온도는 적당한지, 잠은 잘 자고 있는지, 남편 혼자 괜찮을지 걱정이 꼬리를 물며 진료를 보는 둥 마는 둥 얼른 차를 몰고 집에 왔습니다.
숨 한번 안 쉬고 영화 속 미션을 수행하듯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남편이 아기를 보는 사이 점심을 준비합니다.
신경은 온통 아기에게 있어서 국도 넘치고 재료도 떨어뜨리며 정신없이 요리를 합니다.
아기를 안아 재우는 일이 정말 힘든데, 집에 와서 귀여운 얼굴을 보니 다시 안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예방접종을 맞은 팔로 아이를 감싸 안아 달랬습니다. 팔뚝이 욱신거려도 따뜻한 온기가 가슴에도 스며들었는지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기를 안고 얼굴을 자세히 보는데,
웬걸 입술에는 물집이 손톱 중지는 가장자리가 빨갛고 태열도 조금 올라왔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기가 심란해진 느낌에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참 복잡한 감정입니다.
기대, 설렘, 걱정, 후회, 그리움 등의 감정이 한 바구니에 가득 담겨있죠.
그래서 사랑에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사랑과 공부라고 적으니 사랑에 낭만이 없어 보이지만
사랑을 가슴으로 느끼는 것 외에도 조절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후회와 걱정이 바구니에서 넘칠 때 '지금은'이라는 단어를 상기합니다.
지금은 손싸개를 하고 손을 잘 살피면 돼
지금은 에어컨 온도를 낮추고 수딩젤을 발라두면 돼
처럼 더 나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죠.
이 글을 쓰는 10분 전에도 30분간 짠 모유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쏟아졌습니다.
아기에게 좋은 것을 주고자 잠을 줄여가며 유축했는데 마음한구석이 쓰라립니다. 침대로 가서 다리를 동동 구르며 짜증을 풀어봅니다.
그러다 '지금은 버린 모유보다 아기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는 것이 중요해'라는 생각을 꺼내봅니다.
불편한 마음이 남아 완전히 평안한 상태는 아니더라도
마음을 다스리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영원한 사랑은 있어도 완벽한 사랑은 없다는 것을 오늘 하루를 통해 느낍니다.
평생 동안 공부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지만 마음은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