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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글쓰기

글이 남기고 간 것

by 은방울 꽃

아기가 자다가 온몸을 꼬물거리며 엄지 손가락을 빱니다. 곧 일어나 밥을 먹겠다는 신호이죠.

그 순간 당근 알림이 울립니다.

이제는 다 구매했거나, 구매할 필요가 없는 키워드들을 아직 지우지 못했네요.

한 번 들어가면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당근 알림의 유혹을 이겨내고 유를 타러 갑니다.


출산 전만 해도 시간이 남아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이제는 최대한 시간을 아껴 써야 합니다.

노트북을 켜고 좋아하는 시원한 음료를 담아

책상 앞에서 한가히 글을 썼던 날들이 그울 때가 있습니다.

생후 한 달이 막지 난 아기의 엄마는 하루하루가 정신없습니다.


아기 수유할 때나, 잠깐 노는 시간, 자는 시간에는 창 밖을 멍하니 쳐다보곤 합니다.

구름이 둥둥 느리게 떠다니고 우직하게 제자리에 있는 산들은 초록빛으로 물들어있습니다.

어느새 풀들이 자라 우거진 공터는 푸르른 정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으로 마음의 여유를 느껴봅니다.


더 나아가 노트북 대신 핸드폰으로 글을 씁니다.

읽었던 책에서 감명받았던 부분을 떠올리며,

일상의 경험에서 느낀 바를 상기하며 마음을 남깁니다.

어떤 날은 글에 기쁨이 가득하고 또 어떤 날은 슬픔이나 후회가 담겨있습니다.

그렇게 남긴 글들은 나를 표현하는 것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온화한 것들로 남아 위안을 주곤 합니다.


글을 통해 과거의 슬픔이 현재의 나를 위로하고

현재의 기쁨이 미래의 내가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며 서로 공존합니다.


아기가 눈을 감고 표정을 찡그립니다.

밥을 먹은 지 1시간이 넘었으니 아마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뜻일 겁니다. 아기의 신호를 당황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도 글을 통해 얻게 되었죠.


수유일지 옆 가득 쌓인 메모들을 보며 그 당시 얼마나 골똘히 고민했는지 웃음이 나옵니다.

소변과 대변은 몇 번 봤는지, 잠은 몇 시간을 잤는지, 강성울음이 어떤 시간대에 주로 심한지 등등 간단한 기록이 우리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추억을 가득 실은 글을 남기며

더욱 성장해 있을 아기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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