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난다. 바로 옆엔 손 닿을 듯 가까이서 지나가는 차들이 있다.
문득, 운전하고 있는 이름 모를 존재들이 하나하나 보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신비함이 밀려온다.
이름조차 모르는 아무개의 존재가 애틋해질 수 있다는 건 대체 뭘까.
언니도 그 아무개였을지도 모르니까. 언니도 어딘가에 섞여 나를 영원히 모른 채로, 나도 언니를 영원히 모른 채로 살았을지도 모르니까. 그렇다고 해도 언니는 그리 애틋하고 소중한 존재였을 테니까.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이 세계에 속한 또 다른 무수한 아무개들을 사랑한다는 것이기도 하구나. 이렇게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구나.
깊은 혐오에서 깊은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