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지독한 농담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by 낮별


아름다운 날이었다. 청춘 남녀 버디와 루스는 눈부시게 빛났고, 어린 동생 잇지는 몹시도 사랑스러웠다. 버디가 천연덕스럽게 해주는 사라져버린 호수 농담에 루스는 피식 웃었다. 완벽한 날이었다. 아무도 잠시 후에 벌어질 끔찍한 비극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실, 이러한 전개는 우리의 삶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어느 모퉁이에서 낯빛을 순식간에 바꿀지 알 수 없는 삶, 이토록 삶은 지독하다.


버디의 죽음은 루스와 잇지에게 있어서 너무나 큰 슬픔이었다. 상실의 슬픔을 견뎌내고 두 사람은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진실한 우정을 만들어나갔다. 과거 두 사람의 우정과 더불어 현재의 시점에서는 이 이야기를 해주는 니니와 에블린의 우정이 또한 그러하다. 니니를 통해 루스와 잇지를 알게 된 에블린은 서서히 변화한다.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싫었던 에블린은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기 시작한다. 남편에게 당당하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아마존의 용감한 여전사 ‘토완다’를 외치면서. 그녀들에게는 해방과 자유의 상징이었을 토완다! 삶이 지독하니까 우정과 연대가 필요했고 또한 토완다가 필요했다.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농담들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극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호수 이야기, 확인되지 않았지만 끔찍한 프랭크(루스 남편) 바비큐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 성경 대신 모비딕 소설책에 선서하고 거짓 증언을 하는 목사, 흑인 아이는 만지지도 않으면서 닭 똥구멍에서 나오는 계란은 잘도 먹는다는 유모 십시의 농담, 등등. 어렵고 힘든 상황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은 웃는다. 삶이 지독하니까 많은 농담이 필요했다.

버디에게서 호수 이야기를 처음 들은 루스는 나중에 죽기 직전 잇지에게 호수 이야기를 다시 해달라고 했다. 아마도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잇지의 호수 이야기를 들으며,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루스는 충분히 행복했을 것 같다. 삶이 지독하긴 해도 이만하면 살만한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에도 우정과 연대, 토완다, 그리고 농담이 필요한 까닭이다. 아니, 삶 자체가 지독한 농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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