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원인
지난주 우연히 심리검사 3종 세트(MMPI, TCI, SCT)를 받게 되었다. 그것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앞글에서 썼다. 디테일한 검사 결과는 나만 알기로 하고, 대충 예상했던 대로 우울 수치가 다소 높았고, 자기 성찰 수준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 나이 든 사람들(중년기)의 자기 성찰 수준이 높다고 하니 인간의 발달 경로대로 발달해가고 있다. 심리검사를 해준 분과 검사 결과를 놓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나는 관계를 중시하고, 관계에서 힘을 얻는 사람이었다. 혼자가 좋으면서도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왜인지 알 것 같다.
그리고 미처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나는 인정욕구가 엄청 높은 사람이었다. 막연히 경제 활동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꼈던 경험을 물었을 때, 그건 일을 해서 돈을 벌 때가 아니라 타인에게서 인정받았을 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과 남편이 나를 충분히 좋은 엄마라고 아내라고 인정해 줄 때, 장학금으로 나의 노력을 인정받았을 때, 내가 쓴 글에 다정한 댓글이 더해졌을 때... 기타 등등, 타인의 인정으로 나는 버텨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최근 내 우울의 원인 중 하나는 발표와 토론과 조별과제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 대학원에서는 장학금은 물 건너갔다는 걸 정확하게 인지했다. 그리고 내 우울에는 브런치도 한몫한다는 사실도 불현듯 깨달았다. 무려 백개가 넘는 글을 올려도 구독자 수는 좀처럼 늘어나질 않고, 댓글도, 라이킷도 목마르다. 구독자수는 +1되었다가 다시 -1되며 정체상태이다. 내 글이 그렇게 별로인가? 하는 자괴감. 이웃 공개글을 올려도 수십 개의 다정한 댓글을 올려주시던 블로그 이웃들이 그리워졌다. 그들을 떠나 여기서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나를 전혀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요즘 우울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쯤 되면 브런치를 그만둬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든다. 왜 브런치는 비공개 버튼도 없는 걸까? 백 번도 넘게 브런치에 올려 둔 글을 비공개처리 하고 싶은 생각에 시달렸었다. 공들여 쓴 글을 삭제처리 할 자신은 없고. 그렇다. 지금 이 글은 브런치에 징징대는 글이다. 그렇다고 브런치 대문 홍보, 조회수 폭발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게시글 숫자만큼의 구독자 수, 적어도 -는 되지 않기를 소박하게 바라며... 오늘도 구독자 수 -1이 된 걸 보면서 또 급격히 우울해졌기에 이런 없어보이는 글을 남기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