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yellow brick road

by 낮별

아이는 오늘로써 꼬박 일주일째 학교와 학원 모두 쉬고 있는 중이다. 잠이 많은 성장기라 깨우지 않으면 12시까지도 잘 태세이다. 지금도 한밤중이란 얘기다. 월요일인 어제부터 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일요일 오전에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수포 딱지 상태가 아직 생생한 녀석들이 보인다며 완치 확인서를 써주지 않았다.

얼굴에 여드름 자국처럼 남아있지만 이젠 가려움도 없어지고 식욕도 폭발하는 가운데 먹고 놀고 자는 한껏 게으른 나날을 보내고 있다가 어제 친히 걸어주신 수학 학원 선생님 전화를 제 방에서 조용히 받더니 갑자기 수학 책을 꺼내놓고 공부하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저녁 먹여놓고 탄천 산책을 나갔다 오니 거실 테이블에 수학 문제 유인물을 잔뜩 펴두고는 '범인은 바로 너'를 보고 있었다. 그 프로를 보면서 수학 문제를 풀었을 리가 없다.


요즘 아이는 나를 지나칠 때마다 "엄마는 왜 이렇게 작아?"라며 으스대고는 내 옆에 나란히 서서 어깨 위치를 확인하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에 이 녀석 키가 거의 나와 같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한 두어 달 안에 나를 넘어설 기세다. 일요일 병원에 갔을 때 재어보니 키 166.4, 몸무게 57. 곧 내가 우리 집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 될 것 같다. 엄마들은 거의 다 그런 신세다. 자신이 낳아놓은 아이들이 모두 내 키를 넘어가버리고 집안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 되고야 만다. 아이들을 낳아 크게 키우고 나는 쪼그라든다. 그게 억울하지는 않다.



밤새 키를 키우느라 피곤한 아이가 어쩐 일인지 10시도 안 된 시간에 저절로 일어나 나왔다. 샤워를 하고 나서 병원에 가자고 서두르길래 병원에 다녀왔다. 내일은 등교가 가능하다는 완치 확인서를 받아왔다. 긴 격리가 끝났다.


어제, 지원한 대학원 중 한 곳에서 1차 서류전형 합격발표가 났다. 이것도 합격은 합격이라고 갑자기 기분이 무지 좋아져서 음악 들으며 청소를 하며 엉덩이를 씰룩씰룩 춤을 춰댔다. 아직 2차 면접도 남아있고, 최종합격을 하더라도 등록을 하게 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데도 뭐든 붙었다는 게 좋은 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면접을 준비하려고 두꺼운 상담이론서 한 권을 로켓으로 받아 읽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이런 준비가 무슨 영향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이게 다여서 이거라도 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잘 읽히지가 않는다. 요즘 내 상태 때문이다. 안구건조증과 비문증이 내 눈을 합동공격하고 있는 터라 책 읽기가 몹시 거북하고, 그래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반쯤 주저앉아버린 상태이다. 역시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이 진리인 건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시야가 원망스러워 자꾸만 우울감이 나를 좀먹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합격이라는 소식은 순간 내 기분을 한껏 고양시켰다


우울감을 떨쳐버리게 하고 그 순간 나를 한껏 고양시켜 춤추게 한 노래는 1973년에 발표한 엘튼 존의 "Goodbye yellow brick road"이다. 그 순간의 짜릿한 기쁨을 기억해두고자 한다. 앞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남몰래 즐거울 것 같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한 노래 한 곡이 이렇게 오래 살아남아 어느 날 어느 순간 나를 즐겁게 했다는 사실, 이건 기적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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