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적 동기
오전 10시 50분,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한 달도 훨씬 전에 설정해 놓은 것이었다. 5월 중순에 상담대학원과 함께 지원했던 다른 대학원의 1차 서류전형 합격 발표일이 바로 어제였던 것이다. 함께 지원했으나 상담대학원의 전형일정은 대단히 신속하여 그새 1차 발표, 면접, 최종발표, 등록까지 끝났다. 뒤늦게 남은 대학원의 1차 발표가 이제야 난 것이다. 11시 정각이 되자 문자가 도착했다. 1차 서류전형 합격이었다. 면접은 당장 내일모레 토요일이다.
이미 등록을 마친 곳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합격 소식을 듣고 나니 마음이 간질거렸다. 경쟁률이 상당하다고 소문이 난 곳이라 이렇게 포기하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상담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인 터라 가보지 못하는 길에 대한 미련도 생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전적으로 타이밍이 문제였다. 두 사람에게 비슷한 크기의 마음이 있었고, 한 사람에게서 먼저 고백을 받아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는데, 뒤늦게 다른 사람에게서 고백을 받은 형국이다. 잠시 설레고 흔들렸지만 이미 사귀기로 한 이상 의리를 지켜야 한다.
요즘 나는 심리 관련 서적들을 끼고 살고 있다. 책 모임에서 읽어야 하는 책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심리와 관련된 책만 읽는 중이다. 먼저 고백해 준 사람에 대한 예의이다.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개념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싶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내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다. 그 자체로 흥미와 즐거움으로 인해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면 '내재적 동기'가 발현된 것이다.
엄마가 책을 쌓아두고 노트에 정리하며 공부하는 것을 본 중1 아이가 의아해한다. 아이는 곧 생애 최초의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데 이런 시험이 처음이다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 모양이다. "시험공부 안 하니?" 물어보면 "그냥 보면 돼"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초등학교 다닐 때 불시에 보던 단원평가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아이에게 '내재적 동기'가 저절로 발현되기를 기다려야 할까? 잠시 머뭇거렸다.
잘 모르겠다. 책에서는 '내재적 동기'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자기 효능감'을 키워야 하고, '자기 효능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 경험을 쌓으라고, 역할 모델을 찾으라고,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뭔가 할 수 있을 듯 싶으면서도 어찌 접근해야 될지 난감하다.
일단 쉬운 건 '외재적 동기'를 주는 것이다. 평균 몇 점 이상 맞으면 용돈을 인상해 줄게, 혹은 게임시간을 늘려줄게 뭐 이런 거. 써놓고 봐도 즉각 효과적일 것 같긴 한데 결국은 유해해 보이니 역시 좋은 방법은 아닌 듯하다. 아이가 '내재적 동기'를 찾아가도록 응원하고 기도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