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를 살아내기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남긴 인상

by 낮별

최근에 유일하게 본방 사수하던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끝났다. 일란성쌍둥이 미지와 미래를 연기하는 박보영이 1인 2역, 두 사람이 서로의 인생을 바꾸어 살아내는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미지와 미래에 더해 미지인 척하는 미래와 미래인 척하는 미지까지 1인 4역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걸 보며 그녀의 섬세한 연기에 감탄하며 보았다. 미지와 미래는 쌍둥이지만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행동이나 말투도 전혀 다르다. 그 섬세한 차이를 박보영이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아직 반년이 남았지만 올해 내 마음의 연기대상감이다.


주인공인 박보영 외에도 출중한 연기자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지막 몇 회 동안에는 천상 연기자 김선영, 장영남이 연기한 두 엄마의 연기는 눈물을 쏙 빼놨다. 딸이기도 하면서 엄마인 나는 그런 포인트에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저렇듯 내편인 엄마가 없는 내가 너무 가엾고, 저렇듯 아이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재벌도 안 나오고, 조폭도 안 나오는 드라마. 마약 얘기 없어도, 시원한 액션이 없어도 온 가족을 티브이 앞으로 불러 모으는 이런 드라마가 좋다.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지루하지도, 유치하지도 않으면서 귀한 대사로 알알이 꿰어 매화 마음이 따뜻해지게 해 주니 착한 드라마의 효능이다. 물론 미지와 미래가 심각하게 방황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몹시 답답해지기도 했다. 덩달아 우울해지는데 그만 볼까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잘 견뎌내고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안도하게 되었다.


쌍둥이의 이름이 '미래'와 '미지'라는 것, 이건 완전 작가의 킥이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 즉 '미지'이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명명이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이 드라마로 유명해진 미지의 대사이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늘을 살아야 한다." 누구는 부처님의 말씀이라고도 하고, 간디가 말했다고도 하고, 데일 카네기가 말했다고도 한다.

톨스토이도 <세 가지 질문>에서 말한다. "기억하시오, 가장 중요한 때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말이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오." 이렇게 저명한 분들이 많이 인용한 말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너무 많이 인용되어 그다지 큰 울림이 없을 것 같은 흔한 말인데 미지가 이 드라마에서 적절하게 소환해냈다.


'지금, 여기'는 상담 이론서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아들러의 이론, 인본주의 이론, 실존주의 이론, 게슈탈트 이론 모두에 '지금, 여기'가 등장한다.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고, 미래에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있는 나 자신을 살아내라는 말이다.

미지와 미래가 '지금, 여기'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내며 한층 성장해 나가는 모습으로 드라마는 결말이 난다.


미지의 임팩트 있는 대사 때문인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지금, 여기'를 떠올렸는데,

마지막화에서 미지의 선택을 보며 그럴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작가가 상담심리를 공부하신 분이거나 최소한 관심이 무지 많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상담심리사가 되고 싶다는 미지와 내가 평행선상에 놓여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지의 미래에 응원을 보내 본다.

그 응원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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