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분노의 자가 치료
금요일 고문과도 같았던 세 번째 충격파치료 후, 상태는 더 나빠졌다. 토요일 아침 일어나서 발을 내딛는데 못으로 발바닥을 찌르는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온종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대체로 누워있었다. 기분도 한없이 가라앉았다. 몸과 마음은 확실히 함께 움직이는 걸 느꼈다. 충격파치료, 그 끔찍한 고통을 견뎠음에도 왜 상태는 더 나빠지는 건지 마구 화가 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우울과 화가 나를 지배한 날이었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의 창시자 엘리스의 ABC방법으로 설명해 보자면, 선행사건(A)은 고통스러운 치료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악화되었다. 나의 신념(B)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걸 참아냈으니 나는 반드시 좋아져야만 하는 것이다. 선행사건에 따른 결과(C)는 우울하고 화가 난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나의 신념이다. 신념을 수정해야 한다. 충격파 치료 후 당일이나 그다음 날은 좀 더 불편해질 수 있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그렇게 생각하니 불편함이 견딜만해졌다. 사실, 토요일 내 컨디션을 제쳐두고 기분이 더 별로였던 것은 동이 트기도 전에 라운딩을 간다며 집을 나가 해가 떨어져서야 돌아온 남편이 주범일지도 모른다. 남편이란 존재가 갖는 미스터리....집에 안들어오면 궁금하고, 집에 들어오면 답답하고...누워 있으면 밖에 나갔으면 좋겠고, 나가 있으면 집에 들어왔으면 좋겠고....ㅋㅋㅋ
스트레스 수치가 고조되면 고기가 땡기는 걸까? 소고기가 몹시 땡기는 일요일이었다. 오랜만에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구웠다. 고기를 배불리 먹고 나서 남편에게 나를 도서관에 내려놓고 집으로 가라고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혼자,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하여, 숲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다 보니, 토요일의 짜증이 다 날아갔다. 두 시간을 즐기다 보니 도서관 운영 종료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쉬움에 읽던 책을 대출하여 집으로 걸어왔다. 걸어오는 동안, '어? 발바닥이 괜찮아졌네?' 걸음을 내딛어도 어제처럼 그렇게 날카롭게 아픈 건 사라지고 제법 편안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뭣 때문일까?
고기였을까? 도서관에서 보낸 혼자만의 시간이었을까? 충격파 치료의 뒤늦은 효과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