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7. 5:24
짐깐 잠이 들었다. 앉아서 졸았던 것 같다. 무언가 얼굴을 간지럽혀 잠을 깼다. 이게 뭐지? 얼굴을 훔치다 잠이 깬 난 하얀색 날개로 파닥이는 물체를 응시한다. 그 물체는 곧 내 얼굴 코에 앉는다.
에잇 무서워 이게 뭐야.. 하얀색 물체는 날아다니며 내 앞을 맴돈다.
어 이거 나비네. 참..
봄은 봄인가 보다 나비꿈도 꾸어보고
요 며칠 전에 집에 벌 한 마리가 들어와서 그런가 보다
가능하면 안 죽이고 집 밖으로 내보내려고 처와 같이 한바탕 씨름을 했으니..
두꺼운 비닐봉지를 찾아 달래서 그 봉지 안으로 들어가야 살 수 있어라고 소리쳤다
벌은 살기 위해서 도망치고 녀석과 실랑이는 계속되었지만 먼저 지친 벌이 봉지 안으로 들어가고.. 난 봉지 입구를 조심스레 오므려서 베란다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다시 봉지 입구를 조심스레 벌려 벌이 밖으로 나와 날아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먼저 지친 벌이 고맙고.. 끝까지 벌을 죽이지 않고 내보내려고 하는 내 모습도 고맙고.
그래 그렇게 사는 거다.
너를 살리려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에 붙잡혀서 살아가는 것. 너나 나나
벌은 날아갔다.
또 고민이 생긴다.
이 녀석 집은 제대로 찾아갈까?
뭐 어때. 어차피 그 녀석의 운명이지..
우리 집에서는 죽지 않을 운명.
단지 그것뿐이었지.
나비 꿈을 꾸고 적었던 글이 간단한 시 두 편이 되었다.
단지 그거뿐이었지
나비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