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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하해 Sep 20. 2023

아이와 처음 키웠던 동물은 소라게

소라게멍



사진 양감독님(처)


여름

아이와 처가

구름이 바다와 가까운 바닷가에서

캐어낸 기쁨

소라게 두 마리


우린 일주일 후 짧고 슬픈 이별을 미리 준비했었지만

의외로 아직 우리와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

아이와 해수염을 만들어 물을 갈아주고

먹이를 챙겨주니 두 마리 다 허물을 벗고 크기도 점점 자라고 있다


가끔 (소라) 게멍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뒤로

자기도 보아 달라고

소라게가 부럽다고 보채는 아이의 귀여움은 덤으로 생긴다


소라게는 너를 위해 데리고 왔거늘

너는 다른 기쁨들을 찾느라 소라게를 잊어버리고

아비는 잊혀지는 너의 기쁨들을 간직하려고

마음이란 껍데기 안에 이렇게 시간의 허물을 쌓고 있나 보다


소라게멍 너머에는 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데

아이는 그것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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