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SR은 무엇이 다른가

전문성을 '나눔'으로 바꾸는 연금술

by 밀도

"기업은 왜 갈수록 까다로워질까?"


NGO 실무자 시절, 나는 기업 사회공헌이 변화하는 속도를 체감하며 늘 당혹스러웠다. 과거의 기업 CSR이 연말에 김치를 담그고 연탄을 배달하며 착한 기업 이미지를 쌓는 자선 활동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CSR은 기업의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 되었다. 이제 기업 사회공헌도 복지기관만큼이나 전문화되고 있으며, 파트너 기관들 또한 기업의 속도와 효율성에 맞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진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민망함을 가치로 바꾸는 방법

물론 여전히 연탄봉사와 김장행사의 시간이 존재한다. 나 역시 연탄보다는 보일러 교체가, 직접 담근 김치보단 브랜드 김치가 수혜자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때로는 이런 단순 이벤트를 준비하며 현장 전문가들에게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기업 담당자로서 나는 이것을 가치의 연금술을 시작하기 위한 입문 과정이라 생각한다. 임직원의 참여라는 뜨거운 에너지를 모으는 이 시간은, 더 큰 임팩트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마중물인 셈이다. 기업 사회공헌의 영역 또한 기업 내에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야 되기 때문이다.


본업의 기술로 만드는 황금빛 임팩트

진정한 연금술은 기업이 가장 잘하는 본업의 기술을 사회공헌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할 때 완성된다. 단순히 예산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기업만이 가진 기술·인프라·노하우라는 비금속을 사회의 절실함과 결합해 세상에 없던 황금빛 임팩트로 치환하는 과정이다. 기업은 이제 단순히 빵의 개수를 세는 기부자를 넘어 자신들의 효율성을 이식해 사회 시스템 자체에 선명한 지문을 남기고 싶어 한다.


나눔의 언어를 번역하는 연금술사

결국 기업 CSR 담당자는 단순한 봉사 기획자가 아닌 가치를 설계하는 연금술사가 되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의 환한 미소 뒤에 숨겨진 차가운 전략을 읽어내고 우리 기업만이 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가장 따뜻한 나눔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것. 과거의 방식에 매몰되지 않고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나눔의 가치를 새롭게 증명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 담당자에게 주어진 새로운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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