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기업의 언어를 배우다

가장 먼저 버린 것과 가장 먼저 얻은 것

by 밀도

“그래서 이 사업을 하면, 우리 회사가 얻는 이익이 정확히 뭡니까?”


기업으로 옮긴 후 첫 주간 회의. 수혜자의 눈물과 감동을 이야기하려던 내 입은 이 날카로운 질문 앞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NGO 활동가로 일하며 나는 늘 사람을 보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지보다 단 한 명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었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낯선 생태계로 명함을 옮긴 첫날, 내가 가져온 그 뜨거운 진심은 차가운 모니터 속 엑셀 시트 위에서 길을 잃었다.


기업은 감동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 감동을 통해 얻는 기업의 실질적인 이익을 원했을 뿐이었다. 그 냉정한 질문의 문턱을 넘어야만 내가 준비한 따뜻한 스토리가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임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닿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서운함이 앞섰다. "어떻게 사람 돕는 일을 이렇게 계산적으로만 볼 수 있지?"라는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기업에서의 사회공헌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기업의 자원을 투입해 최선의 사회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전략적 투자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NGO 시절에 쓰던 복지의 언어를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언어로 번역하지 못한다면 내가 아무리 좋은 기획을 가져온들 그것은 그저 담당자의 개인적인 열망에 그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먼저 나의 언어 습관부터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의사결정권자들을 설득할 때는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십니다"라는 말 대신 "사업 전후 정서적 고립도 수치가 20% 감소했습니다"라는 문장을 썼다. "우리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질 것입니다"라는 막연한 기대 대신 "ESG 평가지표 중 S(사회) 영역의 실천 과제와 연계하여 대외 공신력을 확보하겠습니다"라는 명확한 지표를 제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현장의 감동을 잠시 접어두고 숫자의 논리를 먼저 받아들였을 때, 오히려 더 많은 예산과 자원을 확보해 현장에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논리로 문을 열어 예산을 확보하면 그제야 비로소 현장의 스토리를 꺼내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진에게는 기업의 내일을, 임직원에게는 누군가의 내일을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커리어의 전환점에서 내가 배운 첫 번째 레슨은 내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현장의 전문성을 유지하되,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을 기업의 규격에 맞게 바꾸는 과정이었다. 명함이 바뀌었다는 것은 단순히 소속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진심을 세상에 전달하는 방식이 더 정교해져야 함을 의미했다.


명함을 바꾼 후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알던 정답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벽을 넘어서자 보이지 않던 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언어로 당신의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혹시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는 혼잣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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