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보가 뭐냐 하면요

-나는 활보다

by 오드리

오드리가 2018년에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명칭이 ‘장애인활동보조인’이었다. 말 그대로 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한다는 뜻인데, 줄여서 '활보'라고 불렀다. '보조'라는 말이 좀 거슬렸는데, 다른 사람들 생각도 같았는지 얼마 후 '활동지원사'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보조'보다 '지원'이라는 말이 듣기에는 좋았다. 그렇다고 처우나 인식이 달라진 건 없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활보로 통했다.


활보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이용인'이라 부른다. 활보가 하는 일은 크게 신체, 가사, 사회 활동으로 나뉜다. 신체활동은 이용인의 신체와 관련된 모든 일, 즉 식사, 목욕, 옷 입기 등을 도와주는 일이고, 가사활동은 이용인이 생활하는 공간을 치우거나 집안일 등을 하는 것이고, 사회활동은 이용인의 등하원이나 출퇴근, 산책, 운동, 병원 방문 등 외출 시 동행하는 일이다. 사회활동을 하려면 차가 필수다.


오드리는 차는커녕 운전면허증도 없어 주로 신체와 가사 서비스를 했다. 첫 이용인 도로시의 경우 신체, 가사, 사회 서비스를 모두 제공했다. 어느새 오드리도 연차가 7~8년 쌓였는데, 언젠가부터 브런치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오드리도 할 말이 꽤나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활보 이야기를 써보자, 고 오드리는 나름 야무진 결심을 하였다.


결심한다고 바로 실천하기는 어렵고 또 그걸 꾸준히 이어간다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인데, 이번에는 매일 단 몇 줄이라도 끄적이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사실 거기에는 한 가지 계기가 있다. 주로 신체, 가사 서비스만 전담하던 오드리가 모처럼 사회(활동) 서비스를 하게 되었다.


지적장애 3급 여중생의 하교를 돕는 일인데, 학교와 집과 학원이 모두 반경 오백 미터 이내여서 차가 없어도 가능했다. 요일마다 스케줄은 다르지만 대체로 하교 후 학원에 데려다주고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귀가시키는 일정이다. 학원을 두 군데 가는 날도 있어 이래저래 대기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에 글을 써보자 싶었다. 폰으로는 처음 브런치에 들어가 봤는데 생각보다 글쓰기가 쉽고 간편하여 놀랐다.


아, 그리고 이미 알겠지만 여기 나오는 주인공은 오드리이다. 이용인과 보호자 그 외 모든 등장인물 또한 가명을 쓸 것이다. 누군가 이 글에 나오는 사람이 자신과 관련 있다는 것을 눈치 못 채게 MSG도 팍팍 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은 수필인가, 소설인가. 사실 이 문제로 가장 오래 고민을 하였다. 오드리는 원래 없는 얘기는 잘 못하는데,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선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서 꾀를 낸 게 이 방법이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실제와 창작이 섞여 있음을 밝혀둔다. 이 글을 수필로 읽을지 소설로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다. 글쓴이로서의 바람은 오드리라는 작가가 쓴 연작 소설로 봐줬으면 좋겠다. 뭐야, 그럼 결국 다큐를 빙자한 허구잖아,라고 화내지 마시라. 현실이 소설보다 더 잔혹하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은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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