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반려견인데요, 사실 두 번째 반려견이에요

순돌이 다음으로 온 아이, 순이

by 찌주

지금 이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는 "순이"다.

아메리칸 코카스파니엘로 2017년 8월 15일에 우리 가족이 되었다.


처음 품에 안고 오던 날, 작디작은 이 아이를 혹여나 내 실수로 떨어트리게 될까 봐 어깨와 손에 힘을 한껏 주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차에 태워왔다. 집에 도착해 거실에 내리는 순간 이 아이가 가는 모든 곳을 따라다니며 핸드폰에 사진을 담았다. 당장 용품이 없어서 다이소에 급하게 달려가 방석이며 , 물그릇, 배변패드, 장난감, 간식을 사 와 내일은 정말 좋은 곳에서 제대로 된 용품을 사주겠다고 다짐했었다.


어찌나 작고 귀여운지 아기라 18시간 이상은 잘 거라던 말과는 달리 이 아이는 15분도 자지 않았다.

집 방방곡곡을 탐험하느라 뽈뽈뽈 돌아다니고 가족 중 누가 한 명이라도 움직이면 서둘러 자신도 따라다녔다.


이 아이의 이름은 무엇일까? 당연히 순이였다

순해서 이기도 했지만 첫째 순돌이의 동생이었기 때문에 이 아이는 자동적으로 순이가 되었다.



순돌이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때에 집으로 온 아이였다. 반려견이라는 개념보다는 애완동물이라고 불리던 때였고, 가족이 되어주고자 했던 마음이 아니라 그저 강아지는 귀여운 존재니까.. 다들 키우니까.. 나도 키우고 싶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가족 모두가 데리고 왔다. 물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제대로 그 아이를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강아지는 자고로 밖에서 키우며 집을 지키는 존재라고 했고 순돌이에게 허용된 공간은 오직 거실이었다. 혼자 있는걸 힘들어해서 잠을 잘 때만 목줄을 하고 들어와 묶여서 안방에서 잠을 잤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순돌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고 엄마 아빠도 강아지를 제대로 키우는 방법을 몰랐다.


"아니 얘는 문을 왜 이렇게 뜯고, 벽지를 다 뜯은 거야!!"


"아니 너는 왜 화장실에서 오줌을 못 싸고 거실에다가 싸는 거야!"


그 아이는 늘 혼이 났다. 아기라 이가 빠지는 유치 시기라는 것도 몰랐고 이가 가려운데 장난감이 없어서

벽과 문을 뜯는다는 것도 몰랐다. 배변패드가 없었기에 당연히 거실에 그냥 대소변을 볼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는 그 이유를 우리한테 서가 아닌 늘 순돌이한테 찾았다.


초등학생인 내가 일주일에 받는 용돈은

그저 천 원 남짓… 나는 떡볶이를 먹느라 순돌이의 간식과 장난감을 사주지 못했다. 후에 커서 물어봤다


"나는 돈이 없었다 치고 , 엄마 아빠는 왜 순돌이한테 간식과 장난감을 사주지 못한 거야?"


엄마가 말했다.

"그때는 형편이 어려울 때라 우리 먹기도 힘들어서 순돌이에게 사료도 겨우 사주던 때라고 "


미움만 준 건 아니었다. 산책도 데리고 갔고 둘이서 쇼피에서 잠도 자고 놀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영원히 우리 가족이 되는 줄 알았던 그 아이가 하교를 하고 집에 오니 문 앞에서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집에 없었다.


도저히 이 아이를 책임지고 키울 수 없어 아는 분 에게 보냈다고 했다. 보내는데 순돌이가 차 뒤에서 몸을 돌려 아빠를 바라봤다고 한다. 물론 그때 내가 있었다면 절대 보내지 못하게 했겠지만 인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없애버린 아빠가 참 원망스러웠다. 그날 하루는 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밥도 , 잠도 자지 못했다.

그렇게 그렇게...

나의 기억에서 잊혀간 순돌이가 가고 순이가 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 아이에게 행복한 삶을 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영상과 책을 보며 강아지에 대해 공부했고 순이에게 좋은 밥을 먹일 수 있고 , 장난감과 용품을 원 없이 사줬다.


산책을 매일매일 데리고 나가며 여름에는 더울까 봐 에어컨을 , 겨울에는 난방을 수시로 돌렸다. 순이가 오고 나서는 모든 여행은 다 반려 동반이 가능한 곳으로 다녔고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다 순이에게 허용된 공간이다. 그 아이는 지금 내가 봐도 너무 행복한 견생을 살고 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다 알고 있다. 지난날 순돌이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과 미안한 마음이 한 데로 묶여

그 사랑을 순이가 독차지하고 있다는 걸... 우리가 순돌이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걸... 예전에 있던 순돌이의 사진을 찾아봤다. 그 아이가 웃는 사진이 별로 없었다. 우리 순이는 늘 웃는 사진뿐인데 순돌이는 웃지 못했다. 우리의 잘못을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나쁜 강아지가 없다는 말.. 맞는 말이다 다 사람 잘못이니까.. 우리 가족의 잘못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순이가 첫 강아지예요?"


"아... 맞긴 하는데 아니에요 "


정말 강아지를 함께 할 반려 가족으로 , 내가 이 아이의 행복을 책임질 생각으로 데리고 와서 책임진 걸로는

순이가 첫 번째이지만 우리 가족 모두 다 순이가 첫 번째가 아닌 둘째라는 걸 안다.

늘 마음 한구석에 순돌이가 있으니까...



강아지는 수명이 짧아 먼저 천국으로 떠난다. 그래서 주인이 죽어 천국에 가야 할 때 먼저 떠난 강아지가 그 앞에 나와 마중 나온다는 행복한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순돌이가.. 나에게 와줄까..?

그래 줄까..? 원망스러운 마음에 순돌이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와준다면.. 정말 만약에 와준다면...

순돌이를 꼭 껴안고 미안하다고 , 미안했다고 , 수백 번 수만 번 용서를 구하고 싶다...


그래도 용서가 되지 않겠지만 순돌이가 용서해줄 때까지 용서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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