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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21. 2022

<농촌 체험하기> 실수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마흔 한번째 이야기

  “아니, 이렇게 익지도 않은 옥수수를 따내 버리면 어떻게 해요? 안 익은 옥수수는 먹지도 못하니까, 밭 한쪽에 버리세요.”

  대표님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화를 냈다. 옥수수를 처음 수확해보는 동료들은, 다 익은 것과 덜 익은 옥수수를 구분할 줄 몰랐다. 덜 익은 옥수수를 7~8이랑이나 따버렸다.


  덜 익은 옥수수를 수확한 동료들의 실수는, 이날 아침부터 그 전조가 보였다. 8월초 이날은 새벽부터 비가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하였다. 아침 6시에 모여서 옥수수 수확을 하기로 했는데, 그때 마침 보슬비가 내렸다가 그친 상황이었다. 일부 동료들은 또 비가 올 것 같으니까, 나중에 비가 완전히 그친 뒤에 옥수수를 따자고 했다. 반면 다른 동료들은 비가 많이 오지 않으니까, 그냥 수확을 진행하자고 했다. 서로 합의점을 못 찾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대표님이 트랙터를 몰고 옥수수 밭으로 출발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도 얼마 내리지 않는데, 수확을 나중에 하자고 하는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표님이 이미 옥수수 밭으로 출발했다는 이야기에, 우리들도 할 수없이 옥수수 밭으로 향했다. 그런데 옥수수를 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지자, 여자동료들을 포함한 일부 동료들이 비를 피해서 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것을 본 대표님이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누구는 옥수수를 따고 있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안보이죠?”

   옥수수를 수확한 내내 보슬비가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동료들은 비를 맞으면서 옥수수를 딸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1천평의 옥수수 밭에 ‘미백’과 ‘대학찰’, 두 가지 종류를 심었다. 이 날은 다 익은 ‘미백’ 옥수수를 수확하였다. 바로 옆에 심어진 ‘대학찰’은 아직 익지 않은 상태였다. 옥수수 수염이 검게 변한 것이 익은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잘 구분할 줄 몰랐다. 그래서 미백 바로 옆 고랑에 심어진 ‘대학찰’ 옥수수도, 몇 이랑 따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실수로 인해서, 대표님이 두 번째로 화를 내게 되었다. 평상시 잘 화를 내지 않는 대표님이 하루에도 두 번이나 우리를 혼낸 날이었다. 

 

  비를 맞으면서 옥수수를 수확한 동료들도 힘들어 했다. 지난 주 두 번의 축제를 치룬 후유증이 남아 있는 듯했다. 수확해온 옥수수를 산채마을 입구의 정자에 풀어놓고, 박스에 포장하는 작업을 했다. 작업 내내 동료들은 말이 없었다. 비를 맞으면서 수확을 한 것도 그렇고, 대표님에게 두번이나 혼난 것도 그렇고. 더군다나 오후에는 그 동안 미뤄뒀던 꽈리고추도 따야 했다. 동료들의 얼굴에는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날 오후에는 꽈리고추 수확을 설렁설렁 진행했다. 30박스 분량은 족히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고추가 많이 달렸는데, 대충 따내서 20박스 정도만 수확했다. 신반장이 3시간만 고추를 수확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4~5시간은 넉넉히 따야 하는 양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동료들은 쉬고 싶어했던 것이다. 

 익지도 않은 옥수수를 수확했던 사건은 두고 두고 우리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옥수수 익은 것을 구분하는 방법도 평생 잊어버릴 수 없을 것이다. 동료들간의 의견 차이, 실수, 그리고 대표님의 꾸짖음으로 참 힘든 하루였지만, 농사꾼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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