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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7. 2023

<농촌 체험하기> 마지막 회식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쉰 세번째 이야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이장님이 굵직한 목소리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는 밴드의 보컬다웠다. 이장님의 노래가 끝나자 마자, 누군가가 트로트 노래를 틀었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있던 동료들이 모두 나와서,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깜깜한 밤에 2~3개의 전등 빛만이 춤을 추고 있는 우리들을 비춰주고 있었다. 다양한 색깔로 현란하게 돌아가는 나이트클럽의 조명과는 천지 차이였지만, 우리들에게는 자그마한 전등 빛만으로도 족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교육과정이 끝나는 9월 마지막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동료들은 지난 6개월동안 우리들을 도와준 마을 리더분들을 모시고 마지막 회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들이 그 동안 키워온 닭으로, 닭백숙과 닭 도리탕을 만들어서 대접하기로 했다. 

  남자 동료들은 여러 차례 닭을 잡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닭을 요리할 수 있도록 척척 준비를 해나갔다. 도망 다니는 닭을 잡아서 닭 털을 뽑아내고, 내장과 피를 모두 빼내서 씻어내고, 2시간 가까이 삶아 내고… 남자동료들이 닭을 잡는 동안, 여자동료들은 김치, 더덕무침, 고추 등 반찬을 준비하였다. 


  닭이 푹 삶아질 즈음에 마을 리더분들이 한분씩 도착했다. 노인회장님 부부, 김사장님 부부, 한옥집의 성사장님 부부, 새마을 지도자, 이장님, 청년회장인 송사장 등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대표님과 팀장님의 진행으로 회식이 시작되었다.

  테이블 여기 저기에 놓여진 닭백숙과 닭 도리탕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안주가 차려지자, 노인회장님의 건배제의를 시작으로 다같이 소주 한잔씩 들이켰다. 잘 삶아져서 흐물흐물해진 닭백숙을 먹으면서, 이장님, 김사장님, 성사장님 등 참석하신 마을 분들이 모두 돌아가면서 건배제의를 했다. 6개월동안 교육을 받느라 고생한 우리들을 치하해주는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렇게 마을 리더분들이 건배제의를 하는 동안에, 마지막 회식이라는 아쉬움에 젖어 있었던 동료들도 차츰 취해갔다.

  마을 리더분들에 이어서, 우리 동료들의 건배제의가 이어졌다. 그 동안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힘써준 대표님을 비롯한 마을 리더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전 회식에서는 보통 우리 동료중의 대표로 1~2명이 건배제의를 하고 끝을 맺었다. 이날은 동료들이 마지막 회식이라는 것 때문에,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 모양이다. 한명 한명 서로 한마디씩 하겠다고 앞으로 나갔다. 교장선생님, 최선생님, 전장군님, 신반장, 장미씨 등등... 그렇게 마지막 회식의 건배제의는 30분이 넘게 이어졌다. 준비된 안주가 차츰 바닥을 드러내고 소주와 맥주 빈 병들이 쌓여가면서, 회식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었다.  


  8시가 넘어가면서 시골마을은 어둑어둑해졌다.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리더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분들을 배웅하고 난 뒤에, 신반장이 노래가 나오는 마이크를 가져왔다. 그렇게 춤과 노래의 시간이 되었다. 처음으로 밤에 불을 켜놓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장님의 노래를 시작으로, 동료들은 한 명씩 노래를 불렀다. 흥이 오르자, 참다 못한 동료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8시면 잠자리에 드는 대표님은 우리가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여러 번 잠에서 깼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는 데, 차마 중단시키지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밤 늦게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성방가를 하면서 몸을 흔들어대는 것으로, 끝나가는 6개월 교육과정의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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