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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19. 2023

<한옥 대목반>아내를 위한 2단 선반

- 대목과정의 첫번째 퇴고버전: 열여덟번째 이야기

    “내가 찾는 크기의 선반이 없네?”

   아내는 얼마전에 생선 구이용으로 소형 오븐을 구입하였다. 이것을 전자 레인지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자그마한 선반을 찾고 있었다. 온라인 마켓에서 적합한 크기의 선반을 찾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나무로 2단 선반을 만들어 줄까?"

   나는 집안의 가구들을 하나씩 나무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터라, 선뜻 제안을 하였다. 2단 선반을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한옥학교에서 목가구 제작에 필요한 기계 장비 사용법을 익혔고, 한옥 실습을 하고 버리는 나무들을 이용하면 되었다.

  “그럼 좋지. 집안에서 필요한 이런 저런 가구들을 나무로 하나씩 만들어 가면 더 좋을 것 같아.”

  목가구를 좋아하는 아내는 내 말에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2021년 12월초 어느 날, 한옥학교에서 보아지 만드는 실습을 하였다. 보아지는 기둥과 보가 서로 연결되는 부분을 보강해주는 부자재이다. 보 밑에 보아지를 끼워서, 보나 기둥에 횡력이 작용했을 때 변형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 전주에 다듬어 놓은 나무들 중에서, 보아지 만들기에 적합한 나무들을 골라냈다. 그리고 보아지가 기둥에 잘 끼워질 수 있도록, 골라낸 나무에 홈을 파냈다. 집의 바깥쪽에서 보이는 부분을 사선으로 잘라내는 작업까지 진행하였다. 나중에 이 부분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덩굴무늬 조각을 할 계획이다.


  나는 1시간만에 후다닥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보아지 만드는 작업이 단순하기도 했고, 아내에게 줄 선반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실습장 밖에 쌓여 있던 나무들 중에서, 선반 만들기에 적합한 것들을 골라냈다. 기둥이나 보는 지름이 큰 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르고 남은 조각들도 선반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컸다. 

    선반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개수만큼의 나무들을 전기 대패로 평평하게 다듬었다. 다리부분과 위에 덮일 판자들을 치수에 맞게 잘라냈다. 주로 쉬는 시간에 짬을 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해서, 그날 하루만에 완성하기 어려웠다. 쉬는 시간마다 작업하는 나를 구경하기 위해서, 동료들이 몰려왔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하면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구경하는 것뿐 아니라 훈수까지 두는 동료들이 부담스러웠다. 가능하면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다.

  간단한 선반이었지만 신경을 쓸 것들이 많았다. 오븐을 올려놓았을 때 흔들리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다리와 덮개부분의 판자를 단단하게 고정시킬 수 있는 나무를 옆 부분에도 덧댔다. 또한 나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나무결 모양이 잘 드러나도록 다듬었다. 아내를 위한 첫번째 목 가구였기 때문에 정성을 들였다. 

  완성된 선반의 사진을 아내에게 보내주었다. 거칠게 만들어진 선반이었지만, 아내는 너무 좋아했다. ‘강원도로 이사오면 목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목가구들을 하나씩 만들어야겠구나.’하는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1년전 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옆에서 아내가 많이 위로해주고 격려해주었다. 수십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허전함과 불안함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회사생활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을 풀어내야 했다. 회사 생활하면서 만났던 동료들,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혜택들에 익숙해져 있던 나의 일상 생활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였다. 더불어 제2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처음 준비했을 때의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젊었고, 지금은 60살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그만큼 인생경험이 쌓여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근력과 열정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30여년동안을 채워온 회사 생활의 공백을 하루 아침에 메우기는 어려웠다.

  고민을 많이 하면서 힘들어하는 나를, 아내가 옆에서 잘 챙겨주었다. 매일 내가 제2의 삶을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었다. 무엇이든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었다. 그래서 생전 처음해보는 한옥 만들기 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1~2주에 한번씩 집에 갈 때마다, 평창에서 혼자 지내면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밑반찬과 국거리를 준비해주기도 했다. 

  그런 아내에게 잠시라도 즐거운 시간을 주고자, 2단 선반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조잡한 2단 선반사진을 보고 기뻐해주는 아내에게 고마웠다. 내 옆에서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박수를 쳐주는 아내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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