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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24.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집과 땅

- 귀농 첫해에 겪은 열번째 이야기

  “나는 이 땅이 마음에 드는데! 남향이면서 주변 경치가 빼어나고, 주위에 집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좋아. 특히 마을로 들어올 때 지나온 산에 나무가 우거져서, 좋은 산책 코스가 될 것 같아.”

  아내와 나는 횡성군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전답을 수개월동안 찾아 다녔다. 2023년 3월 중순에도 안흥면, 강림면 일대의 땅을 여러 군데 방문하였다. 그중 아내는 횡성군 안흥면의 한 곳에 있던 땅을 마음에 들어 했다. 지금까지 보아온 많은 땅들 중에서 제일 좋단다. 

  나도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다만 땅 면적에서 구거(溝渠)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쓸모 없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이 마을 자체가 크지 않아서, 농사 규모를 늘리고 싶을 때는 추가로 구입할 만한 밭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날 아내가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일단 부정적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수개월동안 땅을 보러 다니면서 제일 큰 고민은 농사지을 땅을 먼저 골라야 하는지, 아니면 집 지을 땅을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것이었다. 집을 지을 땅은 가급적 남향으로 집을 앉힐 수 있어야 하는 반면, 농사지을 땅은 굳이 방향이 중요하지 않았다. 햇볕만 잘 들어오면 되었다. 집 지을 땅은 경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농사지을 땅은 가급적 경사가 없는 평평한 곳이 좋다. 특히 토마토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고 싶은 나에게는 경사가 심한 땅을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토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집 지을 땅은 200~300평 정도면 충분하지만, 농사까지 지으려면 최소 3백평이상의 크기여야 한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려면 밭이 300평이상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농사 지을 땅의 주변에는 물이 풍부한 개울이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개울 물을 이용해서 농사 짓기에 좋고, 지하수 물도 풍부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땅에는 지하수 물이나 상수도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개울물이 굳이 근처에 있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농사지을 땅을 고르는 기준과 집 지을 땅을 고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두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어떤 기준을 우선시 하느냐를 고민해야 했다. 만일 농사지을 땅과 집 지을 땅을 한 장소가 아닌 떨어진 지역에서 각각 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거리가 최대 1~2km이내에 위치해 있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농기구나 비료, 농약 등의 운반이나 보관, 하루중 쉬거나 식사하기 위한 이동 등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초래된다.


  매일 부지런히 유튜브나 네이버 부동산 등 온라인에 나와있는 토지와 전원주택 물건들을 리뷰했다. 이제 웬만한 물건들은 낯에 익을 정도로 잘 알게 되었다.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고, 집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고, 토지의 생김새는 어떻고 등등… 그리고 주변 시세에 비해서 가격이 비싼지, 싼지 여부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토지와 전원주택 거래시장의 특징을 보면, 전원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토지 가격보다 많이 떨어졌다. 매물도 많이 늘었다. 신축 주택도 잘 팔리지 않는 데다가 기존 주택도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이다. 경기둔화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 때문인 것 같다. 그에 비해 전답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거나 장기 투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원주택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까 가격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 같다. 

   이러한 추세를 생각한다면, 주택보다는 토지를 먼저 선택하고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구입하거나 신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전원주택의 선택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매매가능한 토지와 주택 중에서 가장 좋은 선택 옵션을 결정해야 할 때이다. 귀농창업자금 지원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업자금 지원 서류에는 구입하고자 하는 토지와 주택의 주소지가 들어가야만 한다. (물론 나중에 수정이 가능하지만.) 보통 지자체에서 일년에 두차례 지원 신청을 받기 때문에, 신청하기 한달전에는 구입 가능성이 높은 곳을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해서 돌아봤던 수많은 땅과 전원주택 중에서, 가장 머물고 싶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아내와 상의를 하면서 최종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머무를 곳을 마련하는 것이 제2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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