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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11. 2023

<농촌 체험하기 퇴고글>닭장 만들기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열네번째 글

  인천 집에서 쉬고 있는데, ‘농촌에서 살아보기’ 동료들의 카톡방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보통 주중에만 활발한 카톡방이, 주말인데도 시끄러운 것은 무슨 일이 있다는 의미이다. 카톡을 열어보니까, 닭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영상이 보였다. 누군가가 36마리를 사다 놓았다고 이야기했다. 엊그제 지어놓은 닭장에 닭들이 입주한 것이다. 일반 중닭이 대부분이었는데, 백봉, 청계, 오골계 등 다른 품종의 닭들도 눈에 띄었다.

   “새 가족이 들어왔네! 환영합니다~”

  “큰 닭은 몇 마리 없네요? 얼른 커야겠구먼. 하하하”

  “닭들 사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동료들은 새 식구들을 보고 한마디씩 했다. 새로운 환경이어서 그런지, 닭들의 움직임이 활발하지는 않았다. 몇 마리가 이리 저리 다니면서, 새로운 집을 정탐하고 있었다. 


  그 며칠 전 최선생님의 제안으로 닭장 만드는 일이 시작되었다. 농촌생활을 제대로 해보려면 가축도 키워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2022년 5월 첫째 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닭장을 만들기 위해서, 남자동료들이 모두 모였다. 공구실에서 필요한 장비들을 챙겨서, 닭장을 지을 장소로 갔다. 닭장은 우리들의 개인 텃밭과 최선생님이 머물고 있는 각시추 방 사이에 짓기로 했다. 산채마을 펜션의 뒷산에 접한 곳이었다. 

  닭장을 지을 때 필요한 쇠기둥과 기둥 이음새 등 재료들은, 옛날 비닐하우스를 분해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는 비닐하우스로 가서, 필요한 만큼 기둥과 기둥 이음새 등을 분해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닭장을 짓기 위해, 김대표님이 구상한 전체 닭장의 설계도를 땅에 그리면서 설명해주었다. 10~15평 정도 되는 비교적 넓은 공간을 이용한 닭장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의 일부를, 닭장 안에 포함해서 짓자고 하였다. 그래야 닭들이 필요할 때 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닭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1평 정도 규모의 작은 공간도 따로 만들어야 했다. 그곳은 계란도 낳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2시간이면 만들 수 있다는 대표님의 말을 듣고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그렇게 간단치 않았다. 남자 6명이 달려들었지만, 비닐하우스에서 자재들을 분해하는 작업에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비닐하우스에서 뽑아온 쇠기둥들을 필요한 길이에 맞게 잘라낸 다음, 닭장의 외부 경계선에 박아 넣었다. 기둥들 사이에는 그물망을 쳐서, 다른 짐승들이 침입하는 것을 막았다. 

  비가 올 때 쉬거나 계란을 낳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는 지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붕의 물매(기울기)에 맞는 크기의 기둥을 박았다. 지붕에 칠 비닐을 고정시킬 수 있는 패널을 덧대는 작업도 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의 문을 떼어다가, 닭장 문을 만들어 주었다. 

  쇠기둥을 운반하거나 땅에 박는 등 힘이 필요한 일은 주로 막내인 신반장이 맡았다. 나는 드릴을 가지고 나사로 쇠기둥들을 고정시키는 작업을 했다. 최선생님이나 전장군님은 닭장을 에워쌀 그물망이나 작은 휴식공간에 필요한 비닐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는 일을 했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힘들어할 때 눈치껏 도와주었다. 


  대표님이 2시간 소요된다고 한 작업은, 5시간이 넘게 걸렸다. 남자동료들이 땀을 흘리는 동안, 몇몇 여자 동료들이 새참을 준비해왔다. 최선생님 형수는 당면과 막걸리를 가져왔다. 주말에 놀러 오기로 한 자녀들을 위해서 준비한 당면이란다. 역시 음식솜씨가 좋은 형수님의 손맛이 느껴졌다. 조금 뒤에는 장미씨가 냉 커피를 가져왔고, 일이 다 끝난 다음에는 전장군님 형수가 전을 부쳐와서 같이 먹었다. 

  당초 2시간이면 끝날 것이라고 한 작업이 두배가 넘는 5시간이 걸리게 되면, 누구나 힘들고 짜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가져오는 여자 동료들의 새참은 휴식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남자동료들은 새참으로 인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10명의 동기생들이 키운 닭들중 일부는 그해 여름 닭백숙을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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