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Aug 16. 2023

<한옥 대목반>아내의 기도

- 대목과정의 첫번째 퇴고버전: 스무번번째 이야기

  2022년 1월 둘째주 월요일 새벽에는 보기 드물 정도의 짙은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평창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복잡한 수도권 외곽 고속도로를 벗어나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자, 미세먼지가 약간 약해졌다. 


   평창에 있는 한옥학교에 입학한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처음 한옥학교에서 한옥 짓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꺼냈을 때, 아내는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한옥 짓는 법을 배우겠다는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듯하였다. 그동안 내가 다녔던 직장 생활하고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고,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둔 뒤 1년가까이 여행을 다니면서 빈둥대는 내 모습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걸까?

   “자기가 어떤 생각으로 한옥학교에 입학하려고 하는 지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아. 하지만 제2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기 위한 경험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 열심히 기도할께.”

  아내는 한옥학교에 입학하려는 나를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응원해 주었다. 이 한마디는 나에게 크나큰 힘이 되어 주었다. ‘누군가가 나를 보살펴주고 있구나.’하는 안도의 마음이랄까.


  내가 30여년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제2의 삶을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내도 힘들고 불안했을 것이다. 그동안 경험해본 적이 없는 한옥 대목수업을 듣겠다고 나섰을 때,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그것도 강원도 평창에서 일주일 내내 지내면서. 하지만 아내는 한번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용기를 주었다. 

  젊었을 때는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느라, 서로를 깊이 쳐다볼 시간이 부족했었다. 결혼한지 30년이 지나면서 제2의 삶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오히려 서로의 사랑을 더 깊숙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모양처’라는 말은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나이 들면서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나뿐 아니라 두 아이들도 대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이어서, 사회로 나가야 하는 큰 환경변화를 겪고 있었다. 이럴 때 응원해주고 기도해주는 아내와 엄마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 모르겠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10분에 수업이 끝나면, 나는 가족이 있는 인천으로 차를 몰아가곤 했다. 주말에 가족과 같이 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운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의 시간은 빠르게 사라져버리곤 했다. 일주일 동안 만나지 못한 지인들 얼굴을 보느라 바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집안 일들도 처리해야 했다. 평창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더 바쁜 주말을 보내곤 했다.

  월요일 새벽 5시에 평창으로 되돌아 가는 길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가족과 헤어져서 평창에서 일주일동안 혼자 지내야 하는 것이 싫었다. 짙은 미세먼지는 마음을 더욱 가라앉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보기 위해, 아내가 밤새 준비해준 김밥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아내는 매주 일요일 밤이면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내가 평창에서 먹어야 할 반찬이며 국을 준비해주곤 했다. 평창으로 가는 차안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김밥도 같이 싸주었다.  

 묵묵히 가족들이 나아갈 길을 지켜 봐주고 기도해주는 아내가 고맙다. 아내의 기도가 그날 미세먼지를 뚫고 평창으로 향하는 길을 밝혀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농촌 체험하기 퇴고글>역할과 배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