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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28. 2023

<한옥 대목반>대목반과 소목반

-대목과정의 첫번째 퇴고버전: 스물 한번째 이야기

  그날은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였다. 이곳 강원도 산골마을에서는 겨울에 눈이 오지 않더라도, 바람만 불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다. 우리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따뜻한 난로 옆에 모여서 이런 저런 잡담을 주고받곤 하였다. 때로는 목탄난로에 호박고구마나 가래떡을 구워서 나눠 먹기도 하였다. 

  땔감으로 쓰이는 마른 장작을 아낌없이 목탄난로에 집어넣어서 그런 지, 얼마 전에 잘라 놓은 마른 장작이 다 떨어졌다. 몇몇 동료들이 외부 주차장 한 켠에 쌓여 있던 마른 장작을 가지러 갔다. 잠시 후 땔감용 나무들을 지게차에 싣고 돌아온 동료들이, 소목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다. 얼마 전에 우리 대목반 동료들이 전동 톱을 이용해서, 목탄난로에 사용할 수 있는 크기로 잘라 놓았던 나무들이 모두 없어진 것이다. 알고 보니까, 소목반에서 땔감용으로 사용한다고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그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습실 밖에서 전동 톱으로 땔감용 나무들을 적당한 크기로 다시 잘라야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몇몇 대목반 동료들 사이에서는, 소목반 교육생들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불만이 있었다. 겨울로 접어들어 학교 안쪽 도로에 눈이 쌓이는 날이 잦아지면서, 이런 불만이 시작되었다. 한옥학교로 들어오는 입구의 도로경사가 가팔라서, 눈이 내리면 차들이 미끄러지기 쉬운 구조였다. 대목반 동료들이 학교 입구로 올라오는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곤 했었다. 

  대목반 실내 실습장이 학교 입구에서 가깝기 때문에, 대목반 학생들이 실습장까지 염화칼슘을 살포했다. 대목반 실내 실습장에서 학교의 제일 안쪽에 위치한 소목반 교실까지의 내부 도로는, 소목반에서 작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목반에서 소목반까지의 학교 내부도로는 30~40미터 정도로 길었고, 경사가 제법 급한 지형이었다. 그런데 제설작업을 하는 소목반 교육생들은 아무도 없었다. 소목반 실습실까지의 내부 도로는 교장선생님 혼자 제설작업을 하곤 하였다. 별수없이 대목반 동료들이 교장선생님을 도와주면서도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땔감용 나무 사건으로 인해서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평창의 한옥학교는 해발 600미터 정도 되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3~4km 정도 멀리 떨어진 평창 ktx역이 마주 보이는 곳이었다. ktx역 바로 앞을 지나는 지방도로에서 1km미터 정도 올라와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르막 경사지에 학교가 지어져 있었다. 

  학교 입구에 들어서면 대목반 실습장을 처음 마주할 수 있었다. 안쪽으로 더 경사진 길을 올라가면 소목반과 선생님들이 쓰는 교사실, 실내 강의실 등이 위치해 있었다. 내가 대목반에서 교육을 받던 2021년 겨울에는 소목반과 대목반, 두 개의 클래스만 운영되고 있었다.

  대목반은 두꺼운 원목을 가공해서 외부 실습장에 15평짜리 한옥집과 작은 4각정자를 짓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무거운 원목을 운반하고 가공하고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생들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교육시간이 끝나면 족구시합을 하면서 팀웤을 다지기도 했다. 

  반면 소목반은 각자 자신의 책상이 주어지고,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개별적으로 가공하는 과정이었다. 공동으로 작업할 필요가 없었다. 가끔 소목반 교실에 들어가 보면, 너무도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목공용 도구로 나무를 깎고 다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어쩌면 대목반과 소목반에서 교육 내용이 크게 차이가 났기 때문에, 한옥학교라는 공동체 테두리에서의 생활태도가 달랐을 지도 모른다. 교육시간이 끝나는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대목반 동료들은 삼삼오오 어울려서 주변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술 한잔씩 기울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반면 소목반 학생들은 교육시간 이후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서로 성향이 다른 사람을 뽑지는 않았을 테니까, 환경이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예일 수 있다.


  모든 공동체에는 갈등이 존재한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상, 갈등은 달고 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어떤 관점으로 인식하고 해소해 나가야 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건전한 방향으로 갈등이 해소되면, 조직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반면 갈등 때문에 조직이 무너지는 경우도 헤아릴 수없이 많다.

  언젠가 내가 회사에서 어떤 동료와 갈등이 생기자, 장인어른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굳이 인간이 인간을 판단하려고 들 필요가 있을까? 당사자가 심판을 내리지 않더라도 하느님께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인간은 ‘미움이라는 감정’을 가지기 보다는, ‘용서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장인어른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갈등구조를 풀어가는 관점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소목반 학생들에 대한 대목반 동료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굳이 우리가 판단하거나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들간의 회의에서 소목반 학생들의 이기주의적인 행동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굳이 대목반 동료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선생님들이 소목반의 분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땔감용 나무가 떨어진 날, 우리 대목반 동료들은 합심해서 마른 나무를 실어오고, 실어온 나무를 여러 명이 전동 톱으로 잘라냈다. 금방 많은 땔감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땔감나무를 자르는 작업을 같이 하면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소목반 학생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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