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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Dec 28.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병충해의 습격

- 귀농 첫해에 겪은 서른번째 이야기

  “처음에는 토마토 잎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말라 가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줄기까지도 말라 죽고 있어요.”

  나는 다급한 심정으로 미국에 출장 가 있던 멘토에게 전화를 걸었다. 토마토 여러 그루가 말라 죽어가는 사진도 보냈다. 귀농 첫해에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몰랐다. 죽어가는 토마토가 늘어나면서, ‘올해 토마토 수확을 못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7월초 내가 이틀동안 서울에 일이 있어서, 밭을 비운 사이에 발생한 상황이었다. 

  문득 작년에 최선생님이 텃밭에 심어 놓았던 고추 100여그루를 뽑아버렸던 사건이 생각났다. 그동안 정성 들여 키워서 고추 수확을 눈앞에 둔 상황이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고추 바이러스의 하나인 ‘칼라병’ 때문이었다. 나도 바이러스 때문이라면, 하우스에 심어 놓은 상당수의 토마토를 뽑아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토가 말라 죽어 가기 얼마 전에는 노지 밭에 심어 놓았던 청양고추에 진딧물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6월부터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던 탓이다. 진딧물이 있는 고추나무에는 점박이 딱정 벌레들이나 개미들도 많이 발견되었다. 진딧물의 분비물을 좋아하는 곤충들이었다. 이것은 내가 정식한 여러가지 작물들에 병충해가 몰려오기 시작할 것이라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7월초에는 감자들이 무름병에 걸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잎이 검게 변하면서 전체가 썩어가는 병해의 일종이다. 특히나 내가 감자를 심은 밭은 과거에 논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로 습한 밭이어서, 무름병이 더 심해질 것 같았다. 장마철을 대비하려면 병충해약을 뿌려줘야만 했다. 

 토마토, 고추, 감자, 들깨, 오이, 상추 등 내가 심었던 대부분의 작물에서 병충해를 경험하였다. 특히 고온 다습한 장마철을 전후해서 병충해가 기승을 부렸다. 거기에다가 내가 임대한 노지 밭이 너무 습해서, 병충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귀농 목표는 사람과 땅을 살리는 농사를 짓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토지와 자연환경에도 유익한 농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친환경 농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친환경 병충해약은 그 효과가 화학 농약보다 강하지 않다. 그래서 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병충해약을 살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늦었지만 이미 병에 걸린 작물들을 수습하기 위해서, 친환경 농약을 주기적으로 살포하기 시작했다. 

  병에 걸린 뒤에 열심히 병충해약을 살포하였지만, 수십 그루의 토마토를 뽑아낼 수밖에 없었다. 한번 병에 걸린 토마토는 서서히 말라 죽어갔고, 그 주변 토마토에도 전염이 되었다. 잎곰팡이 병 증상이었다. 전체 토마토 밭으로 병이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미 죽어가는 토마토를 뽑아서 내다버렸다. 

  “한번 병에 걸린 작물은 완쾌되지 않아요. 그냥 그 수준에서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관리해주는 것이 최선이랍니다.”  

  멘토인 박선생님이 해준 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막연하게 병충해에 걸린 작물도 병충해약으로 완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한번 병에 걸렸던 토마토 나무에는 해충도 많이 발생했고, 토마토 열매 수확량도 크게 떨어졌다. 당도도 높지 않아서 그다지 맛이 없었다. 

 나는 올해 귀농 첫해여서, 비닐하우스 백평과 노지 밭 오백평을 임대해서 농사를 지었다. 올해 농사를 test-bed라고 생각하였다. 혼자서 정식부터 수확까지 진행하면서, 농사의 찐 맛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농사를 짓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을 해봐야, 귀농에 대한 자신감도 생길 것 같았다. 더불어서 작물 재배에 대한 전문성도 제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온갖 병해충을 다 경험해본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것을 경험해보는 것이 내년이후 농사를 짓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물 재배의 적정온도를 벗어나거나, 지나치게 비가 많이 오게 되면 작물도 힘들어한다. 사람도 살기에 적절한 기후 환경이 아닐 때에는 병에 걸리기 쉽다. 특히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서, 작물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악화되는 자연환경으로 인해서 농사 짓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온도와 광도,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소위 스마트 농법이다. 

  그러다 보니까 농사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게 된다. 농산물 가격이 높아지게 되면,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농부가 병충해 관리뿐 아니라, 지구의 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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