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Jan 24. 2022

<스무번째 이야기> 궂은 날씨를 헤치고 만든 비계

  지난 주 주춧돌까지 놓고 난 뒤에, 야외실습장의 맞배집을 짓는 실습을 진행하지 못했다. 짓궂은 날씨 때문이었다. 그런데 12월초 어느 날 날씨가 좋아지면서, 야외 실습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제 비계(飛階)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할 차례이다. 비계는 집을 지을 때, 재료 운반이나 일하는 사람들의 작업공간으로 쓰일 임시 가설물이다. 

  비계는 쇠기둥과 쇠로 만든 발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쇠기둥의 설치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 주춧돌 위에 기둥을 올리는 작업을 할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춧돌의 십자선 중심으로부터 30센티미터이상 떨어져야 한다.

㉯ 수평 쇠기둥의 위치는 비계의 바깥쪽에서는 수직 쇠기둥의 안쪽에, 안쪽에서는 수직 쇠기둥의 바깥쪽에 고정시킨다. 안쪽 또는 바깥쪽에서 수평 쇠기둥이 한쪽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어야, 나중에 수직 기둥의 위치에 변화를 줄 경우 용이하게 할 수 있다. 

㉰ 사람이 다니는 길쪽으로는 수평 쇠기둥이 가급적 조금만 빠져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일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수평 쇠기둥에 걸려 다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다치는 경우가 많단다.) 다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만들 발판을 깔아야 하는 쪽은, 바깥으로 2미터 전후가 나오도록 고정시킨다.

㉱ 2층을 만드는 수평 쇠기둥의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180센티에서 200센티미터 정도로 한다. 

㉲ 서로 접하는 쇠기둥들을 고정시켜주는 연결쇠를 수평 기둥에 채우는 경우는, 반드시 지상으로부터 하늘로 향하도록 하고 조여주어야 한다. 


  비계 설치의 첫번째 작업은 비계의 수직 쇠기둥이 놓일 위치를 정확히 잡는 것이다. 수직 쇠기둥은 맞배집의 기둥이 올라갈 위치에서 30센티미터 이상 떨어져야 하므로, 맞배집 기둥이 올라갈 중심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맞배집 기둥을 놓을 주춧돌 위에 먹선으로 십자선을 그려 넣었다. 


  맞배집 주춧돌의 중심점이 잡히면, 비계의 수직 쇠기둥부터 설치하기 시작한다. 모서리에 위치한 주춧돌 주변에 수직 쇠기둥과 수평 쇠기둥을 조립해 나갔다. 그렇게 두개의 기둥이 교차되는 부분에 연결쇠를 채워준다. 그리고 중간 부분에 위치한 수직기둥은 수평기둥과의 연결쇠로만 고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회전 연결쇠를 이용해서 사선으로 받쳐주는 기둥을 추가로 세운다.


  맞배집의 사이즈에 맞게 주춧돌 옆에 수직 및 수평 쇠기둥이 모두 설치되면, 일단계가 완성된다. 그날 오전에 일단계 작업을 완성하고 점심을 먹고 오니까,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날씨가 추워졌다. 결국 그날 야외 실습은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비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동료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사진작가인 용현이가 솜씨를 발휘했다. 동료들이 경사가 심한 부분에 비계를 설치하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지상에 비계의 중심을 잡아줄 수직 및 수평 쇠기둥이 설치되면, 비계의 2층을 만들 차례이다. 일단계에서 만들어진 수직 쇠기둥의 약 2미터 정도 높이에 수평 쇠기둥을 조립한다. 그렇게 2층 높이의 뼈대를 이루는 수직과 수평 쇠기둥이 조립되면, 2미터짜리 쇠기둥을 이미 설치된 수평 쇠기둥위에 발판 거리만큼 떼어서 직각으로 놓는다. 발판이 제대로 끼워진 후에, 이 수평 쇠기둥을 clip으로 수직기둥에 고정시킨다. 이렇게 한칸씩 만들어가면 전체 뼈대가 견고하게 만들어진다. 



  비계 만드는 작업은 며칠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우리의 솜씨가 서툴기도 했지만, 비가 오거나 추운 날씨로 인해서, 야외에서 긴 시간동안 작업하기 어려웠다. 어떤 날은 추워서, 아침 출근길 주변 산들의 나무에 눈꽃이 활짝 피기도 했다. 멀리 산아래 눈꽃으로 하얀 면사포를 쓴 것 같은 나무들 위로, 안개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자연은 아름다웠지만, 야외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허락하지 않았다. 


  또 어떤 날은 한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 빗방울과 함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작업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이곳 강원도가 본격적으로 겨울에 접어들기 위해서 용틀임을 하는 것같다. 선생님도 날씨 때문에, 한옥을 보통 겨울에는 짓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지역과 다르게 강원도는 높은 산들이 많고 동해안에 인접해 있어서, 날씨의 변화가 뚜렷하다. 특히 겨울에는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활동하도록 자연이 허락하지 않는다. 가을까지 열심히 일하고, 겨울에는 쉬는 것이 이곳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대신 아름다운 풍광을 제공하면서, 삶의 쉼터가 되어 준다. 

작가의 이전글 <열아홉번째 이야기> 동료의 큰 부상으로 시작된 일주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