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인터넷 신문에 기고한 나의 두번째 글
팀에 맞는 선수 찾기가 출발점이다
오선기선수는 한때 타격왕을 차지할 정도로 타격에는 자질이 뛰어난 내야수이다. power hitter라기 보다는 1/2루타를 많이 치는 교타자 유형이다. 그리고 박주민선수는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3할대 타율과 함께 15개 전후의 홈런을 쳐냈다. 오선기선수와는 다르게, 타격의 정교함뿐 아니라 power까지 겸비한 타자이다. 하지만 오선수에 비해서 수비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리그 내야수 평균 정도의 수비실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수년동안 K구단은 센터 내야수들의 수비와 공격지표가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K구단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래서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센터 내야수를 영입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마침 FA시장에 여러 명의 좋은 센터 내야수들이 나와 있었다. 그중에서 오선기선수와 박주민선수가 제일 유력한 영입 후보 물망에 올랐다.
시즌이 끝나갈 즈음인 10월 어느 날, 소기훈단장은 FA 영입 대상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서, 김선별 데이터분석팀장, 서상철 운영팀장과 같이 미팅을 했다.
“우선 어떤 역량을 가진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좋은 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은데. 수비와 타격 능력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가? 타격측면에서는 교타자와 장타자중 어떤 타격 성향이 우리 팀에 더 필요한가? 이 두 가지 질문이 핵심 아닐까?”
그러면서 소단장은 박선수와 오선수 중 누가 K구단에 더 필요한 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김팀장이 입을 열었다.
“이론적으로 보면, 내야 수비의 핵심은 유격수이니까 2루수보다 유격수 수비를 보아왔던 오선수가 더 좋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오선수가 과거 부상때문에 유격수로서의 수비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타격능력이 앞선 박선수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수비능력은 유격수를 맡아왔던 오선수가 박선수에 비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두 선수간 타격 성향은 크게 달랐다. FA직전 3시즌 평균 타율이 3할대 중반으로 두 선수가 엇비슷했다. 오선수는 매년 홈런이 3~4개에 머무른 반면, 빠른 발을 이용해서 스스로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고 안타를 쳐서 타점도 많이 올리는 편이었다. 40~50개 정도의 타점과 득점을 만들어냈다. 반면에 박선수는 매년 15개 전후의 홈런을 쳐내면서, 80개 이상의 타점과 60개 내외의 득점을 올렸다. 장타력을 활용해서 팀의 공격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 이 사진은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야구선수와 관련없음
선수의 aging curve를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FA계약은 보통 4년이상의 장기계약이란 것을 생각해봐야죠. Aging curve를 생각하면, 30살인 오선수가 33살인 박선수보다 더 오랫동안 활약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김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팀장은 FA계약이 4년이상의 장기 계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오선수가 더 나은 옵션이라고 반론을 제기하였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우는 군대를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보통 29세 전후에 야구선수로서의 전성기를 맞는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27세 전후를 전성기로 평가한다.) 그리고 선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30대 중반 전후로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이 존재한다.
반면 FA 자격은 8년(대학교 졸업선수) 또는 9년(고등학교 졸업선수)동안 1군 선수로 활약해야만 주어진다.* 따라서 보통 30세를 넘어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야구선수의 전성기에 비해 FA 자격을 늦게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FA 계약을 할 때는 aging curve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2022시즌이 종료되면 각각 7년, 8년으로 줄어들 예정임.)
“박선수는 타율뿐 아니라 장타율까지 높은 완성형 타자에 가깝기 때문에, aging curve가 완만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요. 또한 팀의 타점에 대한 기여도도 더 높고요.”
김팀장은 선수 유형별 aging curve를 분석한 표를 보여주면서, 박선수가 여전히 나은 옵션임을 강조했다. 타격 정확도와 함께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 비해서 더 오랫동안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였다. 이와 같이 선수의 나이뿐 아니라 선수의 유형도 aging curve에 영향을 준다. 타자중에서는 타격의 정확도와 장타력을 갖춘 완성형 선수들이, 투수중에서는 빠른 볼 중심의 투수가 변화구 구사율이 높은 투수에 비해서, 오랫동안 활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 이 사진은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야구선수와 관련없음
몸값 협상이 최종 관문이다
팀에 필요한 포지션과 해당 포지션에서 원하는 역량을 갖춘 후보 선수를 고르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다음에는 제일 중요한 FA 계약 금액에 대한 협상이 남는다. 오선수와 박선수가 FA 시장에 나왔을 당시만 해도, 4년동안 1WAR당**(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5억원 전후의 금액으로 계약이 맺어졌다. 하지만 이 금액도 특정 선수를 원하는 구단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KBO리그에서는 대체할 수 있는 비슷한 실력의 FA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구단간 경쟁 정도에 따라 계약금액이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 지표값은 승수를 의미하며, 특정 선수가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 지를 평가하는 종합적인 통계값임.)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선수 가치 평가지표인 WAR을 기준으로 보면, FA직전 3시즌동안의 누적 WAR이 박선수가 8.7대로 오선수보다 높았다. 박선수의 FA 금액이 오선수보다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오선수는 소속 구단에 남기를 원한 반면, 박선수는 수도권 구단인 K구단과의 계약을 선호하였다. 가족이 주 생활터전이었던 수도권을 벗어나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구단은 시장에서 평가되는 적정한 금액으로 박선수와 FA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
박선수는 K구단에서 FA 1년차에 부상으로 타율이 떨어졌지만, 20개에 가까운 홈런을 치면서 많은 타점을 올렸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큰 역할을 해주었다.
이 사례에서도 나왔지만, 실제 FA 계약을 진행할 때는 여러가지 기준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진행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포지션의 선수가 필요한 지 여부이다. 팀 내부에서 육성할 수도 있지만, 특정 포지션의 내부 자원이 빈약하거나 상위권 입성을 노리고자 하는 경우에는 FA 계약이 좋은 해결 방법이 된다.
그리고 선수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 더 나아가 개인적 성향을 감안해서 팀웤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 선수의 능력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최근 3년 또는 5년간의 성적을 분석하고, 선수의 나이에 따른 aging curve를 가정한 미래의 성적까지 예상해본다. KBO뿐 아니라 미국 리그에서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 만들어낸 성적을 감안해서,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해당 선수에 대한 시장에서의 경쟁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영입경쟁 정도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계약 금액을 추정해본다. 경쟁이 지나치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대체 가능한 다른 선수와의 계약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FA 계약의 실패사례가 성공사례 못지 않게 많다. 그래서 FA 선수는 계약을 한 뒤의 선수생활이 중요하다. FA 계약은 선수의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되고, 야구선수로서 자신의 인생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첫번째 FA계약을 하고 4년뒤 두번째 FA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번째 FA기간의 성적이 야구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될 수 있는 두번째 FA의 계약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구단과 FA 선수간의 관계 형성도 중요하다. 구단은 FA 선수가 경기나 팀웤 측면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단내에서 FA 선수에 대한 대우도 고민해봐야 한다. 중고참으로서 FA 선수가 선수단에 편안하게 녹아들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 이야기는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고, 이 FA 협상을 담당했던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구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