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우승 비법> KBO 최초의 삼각 트레이드

- 인터넷 신문에 기고한 다섯번째 글

by 유진

“I구단의 나종훈선수를 데려오고 싶은데, 트레이드 카드가 잘 맞지 않아서 걱정이네요.”

윤경만단장이 고민되는 얼굴로 내게 말을 건넸다. 2018시즌이 끝나고 재정비에 들어간 구단은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능력을 가진 선수를 영입해오고자 했다. K구단에는 장타력을 가진 타자들의 비중이 너무 커서, 홈런에 의존하는 경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2018시즌동안 홈런이 나오는 경기는 이기고, 그렇지 않은 경기에서는 지는 패턴을 반복했었다.

나선수는 I구단에서 매년 3할이 넘는 타율과 15개이상의 도루를 앞세워서, 팀의 득점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비가 좋지 않아서, 주전이 아닌 백업선수로 뛰고 있었다. 나선수는 주전으로서 규칙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기를 바랬다.

I구단은 나선수를 트레이드로 내주는 대신 포수를 영입하기를 원했다. 한 시즌을 치루려면, 최소한 3명의 포수가 1군 시합을 위해 준비되어야 한다. 1군 주전과 백업선수, 그리고 이들중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최소한 1명의 선수가 2군에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포수라는 포지션이 부상을 많이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구단의 경우 포수층이 얇아서, 신인선수를 백업 포수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K구단에서도 포수를 트레이드시킬 만큼 여유가 없었다. 결국 트레이드 카드가 잘 맞지 않아서, 이 협상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몇 주가 지난 후, 윤단장은 S구단과 또 다른 트레이드가 논의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장타력이 있는 중심타자가 필요했던 S구단에서, K구단의 이동희선수를 영입하고자 했다. 반면에 S구단에는 K구단이 원하는 타격과 도루능력을 갖춘 선수 중 영입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자칫 이 트레이드 논의도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윤단장은 삼각 트레이드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K구단의 이동희선수를 S구단으로, S구단은 포수인 박지웅선수를 I구단으로, 그리고 I구단은 나종훈선수를 K구단으로 트레이드시키는 구조였다. 마침 I구단이 S구단의 포수인 박지웅선수를 영입하고 싶어하면서, 3개 구단간의 트레이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결국 KBO리그 최초의 3각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면서, K구단은 원하던 나종훈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되었다.

삼각트레이드로 키움으로 이적한 이지영_0004548013_001_20220128170804843.jpg


KBO의 삼각 트레이드는 이 사례가 유일하다. 삼각 트레이드 등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낼 만큼, 선수 층이 두껍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삼각트레이드가 빈번하다. 최근에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것은, 2020시즌을 대비해서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 미네소타 트윈스간에 이뤄진 삼각 트레이드이다. 다저스는 보스턴으로부터 외야수 무키 베츠와 왼손 선발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얻었다. 대신 다저스는 미네소타에 마에다 겐타를,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를 보스턴으로 보냈다. 그리고 미네소타 유망주 투수 브루스드르 그래트롤이 보스턴으로 갔다.

다저스는 2018년 아메리칸리그 MVP인 강타자 무키 베츠를 영입하면서 타선을 강화하였고, 류현진투수가 빠진 자리를 프라이스로 보강할 수 있게 되었다. 보스턴은 3,200만달러의 고액연봉자인 프라이스를 내보냄으로써, 예산 지출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 삼각 트레이드의 결과, 다저스는 32년만에 월드시리즈 챔피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 트레이드로 다저스에서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게 된 마에다 겐타


KBO에서는 1988년 김시진-최동원선수가 포함된 삼성과 롯데간 4:3 트레이드, 2000년 LG와 해태간 손혁-양준혁선수 등 대형 트레이드들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협 창설 등 구단과의 갈등을 빌미로 이뤄진 트레이드에 대해, 선수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일부 선수는 트레이드에 반발해서 은퇴까지 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들로 인해서, KBO에서 트레이드 시장이 위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1년 7월 31일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간에 2:2 트레이드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넥센은 베테랑 우완 불펜 송신영과 우완 기대주 김성현선수를 LG에 내주었다. 그리고 LG로부터 우타 거포 자원인 박병호와 베테랑 우완투수인 심수창선수를 받는 조건에 합의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송신영선수를 받아 불펜을 보강한 LG가 이익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트레이드의 중심선수중 하나였던 박병호선수가 대형 거포 유망주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레이드 이후 박병호선수는 넥센의 4번타자로 자리잡고, 2014, 2015년에는 50홈런 이상을 기록하면서 홈런왕에 올랐다. 또한 2015시즌이 끝난 뒤 좋은 조건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까지 하였다. KBO 구단과 선수들은 박병호선수의 성공을 계기로, 트레이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트레이드를 자청하는 선수들이 나오기까지 하였다.


보통 KBO 각 구단은 시즌이 끝나갈 즈음부터, 다음 시즌을 위한 전력보강 작업에 들어간다.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 어디인지, 해당 포지션을 어떤 선수들로 채워 나갈 것인지, 만일 구단 내부에서 선수를 충원할 수 없다면 외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선수를 데려올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제일 먼저 이뤄진다. 물론 포지션의 약점을 보완할 때는, 타격이나 수비도 같이 고려한다.

구단 내부에서 취약 포지션을 채워나갈 선수가 준비되어 있다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각 구단이 열심히 2군의 선수들을 육성해도, 계획한대로 육성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수마다 능력과 열정, 그리고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는 외부에서 선수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 보완하는 방법은 FA, 트레이드, 신인선수 선발 등이 있다. 이중 1군 주전급 선수를 뽑을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 FA이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수반되는 어려움이 있다. 트레이드는 FA만큼 현금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반면, 주전선수나 즉시 전력감을 데려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상대팀에서 주전선수를 빼내기 어렵거니와, 대신해서 보내야 할 선수도 주전급에 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마다 취약 포지션이나 약점이 다르기 때문에, 트레이드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구단들은 시즌중에 상대팀의 1군 주전급뿐 아니라 백업선수들, 그리고 2군 선수들까지도 관찰하고 분석한다. 경기성적과 역량, 성향이나 태도 등을 분석하면서, 해당 선수들의 활용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이때 분석된 내용이 트레이드에 사용되는 것이다.


트레이드가 비단 팀에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 팀에서 뛰어난 선수가 특정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선수가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선수들은 트레이드되어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017시즌중에 K구단과 A구단간 4:4 트레이드가 단행되었다. 이때 K구단에서 A구단으로 트레이드된 4명의 선수중 김명수선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김선수는 K구단에서 3할대이상의 높은 타율과 빠른 발로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6시즌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K구단에서는 김선수와 같은 외야수 포지션에 경쟁 선수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결국 2016시즌에는 주전보다는 백업선수로 출전하는 빈도수가 높아졌다. 그리고 A구단으로 트레이드된 것이다. 그런데 A구단으로 트레이드된 후, 김명수선수는 3할이상의 타율은 물론이고 홈런, 타점, 득점 측면에서 K구단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것을 보면서 나는 ‘트레이드의 성공요인이 무엇일까?’하는 고민이 생겼다. 김명수선수는 트레이드 당시 나이가 30살이 넘었기 때문에, 1년사이에 갑자기 실력이 좋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결국은 선수 본인의 마음가짐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야구에 임하느냐, 그리고 이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트레이드라는 하나의 사건이 김명수선수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깨운 것이리라.


양 팀간 트레이드를 하기로 결정되면, 선수들에게는 보통 트레이드 발표 직전에 통보를 한다.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표와 동시에 해당 선수들은 트레이드된 팀으로 짐을 싸서 이동하게 된다. K구단에서는 사장이나 단장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선수들과, 떠나기 전에 반드시 미팅을 하였다. 트레이드 통보를 받은 선수들은 대부분 당황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각 트레이드를 통해서 S구단으로 이동하게 된 이동희선수는 눈물을 보였다. 이선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프로야구에 도전했었다.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K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야구를 하고 싶은 간절함이 컸던 이선수에게 K구단이 그 꿈을 이루어 주었다. K구단에서 매 시즌 20개가 넘는 홈런을 치면서,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많이 섭섭하죠? 처음 정붙인 구단이고, 친구들도 많은 데 떠나게 되어서. 하지만 S구단에는 이동희선수와 같이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많지 않아서, 중용될 기회가 많을 거예요. S구단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해서, 경기장에서 자주 볼 수 있도록 합시다.”

나는 갑작스럽게 통보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트레이드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영입되는 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기원한다는 말과 함께. 이동희선수는 S구단으로 트레이드된 이듬해인 2019년에는 주춤했지만, 2020년 3할대 타율과 함께 홈런 20개를 기록하면서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잡는다. I구단으로 이동한 박지웅선수는 주전과 진배없는 백업 포수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 한편 K구단에 트레이드되어 온 나종훈선수는 이듬해에 3할이 넘는 타율과 함께 30여개의 도루를 앞세워, 70개를 훌쩍 뛰어넘는 득점을 올렸다. K구단이 상위권의 성적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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