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세번째 글
시즌이 끝나고 K구단의 스미스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은 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전까지 KBO리그에서 활약한 미국 투수들중에서, KBO리그에 이어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의 선발투수로 뛴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스미스선수는 KBO리그에 오기 전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뛴 적이 없는 마이너리그 선수였기 때문에, 더 크게 주목을 받았다. 더군다나 수백만 달러의 연봉과 함께,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까지 포함된 좋은 계약조건이었다.
스미스선수는 KBO리그로 오기 전에는, Triple A 리그에 속한 26세의 젊은 선수였다. 140km대 초중반의 직구 구속을 가지고 있었고, 체인지업 이외에 결정구로 사용할만한 변화구도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스미스선수가 KBO리그에서 성장하면서, 미국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로 직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K구단은 육성이 필요한 젊은 선수와 입단 계약을 맺었을까? 사실 2015시즌을 대비하여 완성형 투수를 영입할 것인지, 육성형 투수를 영입할 것인지에 대해, K구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K구단이 스미스선수와 계약을 했을 때, 야구계의 어느 누구도 스미스선수가 KBO리그에서 경쟁력있는 투수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K구단이 모험적인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KBO리그 대부분의 구단들은 미국 마이너리그나 메이저리그의 경험은 많지만, 나이가 많아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 어려운 Triple A 투수들을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들 30대 초중반의 선수들은 대부분 Triple A에서는 주전 투수들이었다. 그리고 간혹 메이저리그의 백업투수로 활약하는 경우도 있었다. 140km 중반 정도의 직구 구속과 함께,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KBO리그에서 활약하기에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이들 완성형 선수들은 많은 연봉을 주어야만 데려올 수 있었다. 특히 일본 프로야구단과 영입경쟁이 벌어지는 경우는 수백만달러를 지불해야만 했다. 심지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KBO나 일본 프로야구단을 대상으로, 선수를 비싸게 파는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높은 연봉 수준에 비해서 이들은 KBO리그에서 평균적으로 10승 내외의 성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또한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동안 뛰면서 팔꿈치, 어깨는 물론이고, 여러 부위에 만성적인 부상을 안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시즌중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KBO 구단들은,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외국인 투수에 대한 연봉계약이 대부분 고정급이기 때문에, 부상으로 결장하더라도 연봉은 지급해야만 했다.
K구단도 그전에는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완성형 투수를 영입했었다. 하지만 시즌중에 잦은 부상으로 인해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시즌중 꾸준히 시합에서 뛸 수 있는 젊고 건강한 선수를 원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의 성적이 빼어나지는 않지만,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 정도의 구속과 함께 결정구로 쓸만한 변화구를 갖춘 잠재력있는 선수를 원했다. 이러한 기준으로 스미스선수가 뽑힌 것이다. K구단으로서도 스미스선수가 에이스로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다만, 젊기 때문에 부상없이 꾸준히 던지면서, 점차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만큼 좋은 체구를 가졌고, 빠른 구속과 안정적인 제구력을 만들 수 있는 메카닉을 지니고 있었다.
스미스선수는 2010년 미국 탐파베이 레이스팀에 입단한 후, 빼어난 성적으로 Single A에서 Triple A 리그까지는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140km 초중반대의 구속으로는, Triple A의 다른 투수들과 경쟁하기 어려웠다. 메이저리그로 승격하는 길이 요원해 보였다. (통계에 따르면 KBO리그 투수들의 평균 직구 구속은 140km 초중반인 반면, MLB 투수들은 150km 초반대라고 한다.)
그때 마침 KBO리그의 K구단에서 offer를 받고, 계약을 맺게 되었다. K구단에서 첫 시즌인 2015년, 스미스선수는 외국인 투수중에서 그다지 빼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상대팀 타자들이 스미스선수의 구질에 익숙해지는 4~5회가 되면, 실점을 하면서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2015시즌을 11승 10패라는 평범한 성적으로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K구단은 스미스선수의 육성을 위해서 심혈을 기울였다. 투수코치들과 트레이너들은 스미스선수의 구속을 높이고, 변화구 구질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아직 젊은 스미스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은 욕망이 강렬하였다. 구속을 높이기 위해 트레이너들이 짜준 코어운동 등 근육훈련을 매일 규칙적으로 했다. 그리고 스미스선수의 쓰리 쿼터 스타일의 투구 폼에서 회전력을 높일 수 있는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너클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하였다.
스미스선수가 2017시즌이 끝난 직후, 윤경만단장에게 미팅을 요청한 일이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 메이저리그의 구단들이 스미스선수의 2017시즌 활약을 보고, 영입하고자 했다. 하지만 K구단과는 2018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어서, K구단이 허락하지 않으면 메이저리그로 갈 수 없었다.
당시 K구단도 2018시즌에 스미스선수가 없어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스미스선수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듣자,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것이다.
스미스선수는 2017시즌에 직구 평균 구속을 147~8km, 최고 구속 155km까지 높이면서 일취월장하게 된다. 또한 체인지업 구속도 120km대 초반에서 130km대 후반으로 끌어올렸고,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면서 2017시즌에는 16승 7패의 준수한 성적과 함께 탈삼진왕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K구단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리고 2018시즌 팀의 에이스로서 팀을 KBO 챔피언 자리에 앉히고 나서, 미국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맺었다.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다.
스미스선수의 성공으로, KBO 각 구단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판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은 triple A선수들보다는, KBO리그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젊은 미국 투수들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스미스선수의 성공을 본 미국 선수들도, KBO리그를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만큼 KBO 구단과 계약하고자 하는 미국 선수들이 늘어났다.
완성형 투수와 육성형 투수중 어떤 유형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시즌중 많은 승수를 올릴 수 있는 선수면 된다. 하지만 2019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 1년차에는 연봉을 1백만달러로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완성형 투수를 영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생겼다. 설사 이 연봉 제한제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완성형 투수를 영입하는 데 수백만달러의 고액 연봉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KBO 각 구단의 사정상 어려움이 있다.
또한 KBO 리그는 미국 리그에 비해서 선수 육성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는 Rookie League부터 Triple A League까지 4~6단계 육성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각 리그마다 많은 팀들이 소속되어 있다.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입성의 꿈을 가지고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거가 되려면, 마이너리그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코치나 구단의 도움보다는 스스로의 노력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다. 높은 절벽을 스스로 기어서 올라오는 호랑이만이 인정받는 세계인 것이다.
반면 KBO리그는 1군과 2군의 두 단계가 전부이다. 이외에 독립리그가 있지만, 아직은 저변이 넓다고 볼 수 없다. 그만큼 KBO리그의 선수 층이 얇다. 그래서 KBO 구단들은 선수 육성을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한다. 특히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의 강약점을 기반으로, 개별적인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선수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개별 선수들의 역량 수준과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프로리그에 비해 구단과 코치들이 선수들과 보다 밀착된 육성체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 코칭스태프들에 비교하면, 한국 코칭스태프들의 개별 선수별 육성 체계에 대한 know-how와 열정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KBO 각 구단에 영입되는 미국 선수의 기본적인 자질이 좋다면, 한국식 육성 시스템과 접목시켰을 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국 프로야구 리그에서도 좋은 투수로 육성될 수 있는 후보 선수들이 줄어들고 있어서, 완성형 투수보다는 육성형 투수의 영입 비중이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