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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살아보기 퇴고글>마지막 회식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마흔 여덟번째 글

by 유진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이장님이 굵직한 목소리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이장님은 한 아마추어 밴드의 가수였다. 밴드팀을 구성해서 음악 연습을 할 만큼, 노래도 수준급이었다. ‘마지막’이라는 걸 실감나게 하는 이장님의 노래였다. 그간의 추억들이 하나씩 내 머리속을 스쳐갔다. 이장님의 노래가 끝나자 마자, 누군가가 트로트를 틀었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있던 동료들이 모두 나와서,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깜깜한 밤에 2~3개의 전등 빛이, 춤을 추고 있는 우리들을 비춰주고 있었다. 현란하게 돌아가는 나이트클럽 조명은 아니었지만 우리들은 충분히 즐거웠다.

횡성 24주차 수요일_과정 마무리 축하파티_파티 2차에서 노래부르는 최선생님 형수님과 춤추는 동료들_20220928_220930.jpg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교육과정의 끝이 며칠 남지 않은 2022년 9월 하순이었다. 동료들은 지난 6개월동안 우리들을 도와준 마을 리더분들을 모시고 마지막 회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들이 그 동안 키워온 닭으로, 닭백숙과 닭 도리탕을 만들어서 대접하기로 했다.

남자 동료들은 닭을 요리할 수 있도록 척척 준비를 해나갔다. 도망 다니는 닭을 잡아서 닭 털을 뽑고, 내장과 피를 모두 빼내서 씻고, 2시간 가까이 삶고… 남자동료들이 닭을 잡는 동안, 여자동료들은 김치, 더덕무침, 고추 등 반찬을 준비하였다.

횡성 24주차 수요일_과정 마무리 축하파티_식탁 음식 준비하는 팀장님과 전장군님_20220928_174013.jpg

닭이 푹 삶아질 즈음에 마을 리더들이 한분씩 도착했다. 노인회장님 부부, 김사장님 부부, 한옥집의 성사장님 부부, 새마을 지도자, 이장님, 청년회장인 송사장 등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대표님과 팀장님의 사회로 회식이 시작되었다.

테이블 여기 저기에 놓인 닭백숙과 닭 도리탕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안주가 차려지자, 노인회장님의 건배제의를 시작으로 다같이 소주 한잔씩 들이켰다. 잘 삶아져서 흐물흐물해진 닭백숙을 먹으면서, 이장님, 김사장님, 성사장님 등 참석하신 마을 분들이 모두 돌아가면서 건배제의를 했다. 6개월동안 교육을 받느라 고생한 우리들을 치하해주었다. 마지막 회식이라는 아쉬움에 젖어 있었던 동료들도 차츰 취해갔다.

마을 리더분들에 이어서, 우리 동료들의 건배제의가 이어졌다. 이전 회식에서는 보통 우리 동료중 대표로 1~2명이 건배제의를 하고 끝을 맺었다. 이날은 동료들이 마지막 회식이라는 것 때문에,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 모양이다. 한명 한명 서로 한마디씩 하겠다고 앞으로 나갔다. 교장선생님, 최선생님, 전장군님, 신반장, 장미씨 등등… 그 동안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힘써준 대표님을 비롯한 마을 리더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주변의 요청에 못 이겨서,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교육이었어요. 김대표님을 비롯한 운영진들, 그리고 마을 이장님과 리더분들이 도와 주신 덕분에, 저희 교육생들이 제2의 삶을 위한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회식의 건배제의는 30분이 넘게 이어졌다. 준비된 안주가 차츰 바닥을 드러내고 소주와 맥주 빈 병들이 쌓여가면서, 회식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었다.

횡성 24주차 목요일_과정 마무리 축하파티_대표님 인사_20220929_1664522980704.jpg

8시가 넘어가면서 시골마을은 어둑어둑해졌다.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리더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을 배웅하고 난 뒤에, 신반장이 노래가 나오는 마이크를 가져왔다. 그렇게 춤과 노래의 시간이 되었다. 산채마을에 온 뒤에 처음으로, 밤에 불을 켜놓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이장님의 노래를 시작으로, 동료들은 한 명씩 노래를 불렀다. 흥이 오르자, 동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었다.

8시면 잠자리에 드는 대표님은 우리가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여러 번 잠에서 깼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는 데, 차마 중단시키지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밤 늦게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성방가를 하면서 몸을 흔들어대는 것으로, 끝나가는 6개월 교육과정의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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