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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09. 2022

<서른 한번째 이야기> 대목반 vs. 소목반

 1월초 어느 날도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이었다. 이곳 산골마을에서는 눈이 오지 않더라도,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다. 이런 날에는 쉬는 시간만 되면, 따뜻한 난로 옆에 모여서 이런 저런 잡담을 주고 받곤 하였다. 때로는 목탄난로에 호박고구마나 가래떡을 구워서 나눠먹기도 하였다. 

  땔감으로 쓰이는 마른 장작을 아낌없이 목탄난로에 집어 넣어서 그런 지, 얼마 전에 잘라놓은 마른 장작이 다 떨어졌다. 그래서 몇몇 동료들이 외부 주차장 한 켠에 쌓여있던 마른 장작을 가지러 갔다. 그런데 잠시 후 땔감용 나무들을 지게차에 싣고 돌아온 동료들이, 소목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다. 얼마 전에 우리 대목반 동료들이 전동 톱을 이용해서, 목탄난로에 사용하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았던 나무들이 모두 없어진 것이다. 알고 보니까, 소목반에서 땔감용으로 사용한다고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그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습실 밖에서 전동 톱으로 땔감용 나무들을 적당한 크기로 다시 잘라야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몇몇 대목반 동료들 사이에서는, 소목반 학생들이 너무 개인주의적이라는 불만이 있었다. 겨울로 접어들어 눈 쌓이는 날이 잦아지면서, 이런 불만이 시작되었다. 한옥학교로 들어오는 입구의 도로경사가 가팔라서, 눈이 내리면 차들이 미끄러지기 쉬운 구조였다. 그래서 눈이 오면, 우리 대목반 동료들은 밖으로 나가서 학교 입구로 올라오는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곤 했었다. 

  대목반 실내 실습장이 학교 입구에서 가깝기 때문에, 대목반 학생들이 실습장까지 염화칼슘 살포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면서 대목반 실내 실습장에서 학교의 제일 안쪽에 위치한 소목반 교실까지의 내부 도로는, 소목반에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학교 내부 도로도 역시 경사가 있어서, 제설작업이 필요했다.) 그런데 제설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목반 동료들과 교장선생님밖에 없었다. 소목반 실습실까지의 내부 도로는 교장선생님 혼자 작업을 진행하곤 하였다. 별수없이 대목반 동료들이 교장선생님을 도와주면서도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제설작업 때문에 소목반 학생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동료들은, 땔감용 나무 사건 때문에 불평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한옥학교와 같이, 어떤 공동체이든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상, 갈등은 달고 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소해나가야 하는 것이냐라고 생각한다. 건전한 방향으로 갈등이 해소되면, 조직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반면 갈등 때문에 조직이 무너지는 경우도 헤아릴 수없이 많다.

  언젠가 내가 회사에서 어떤 동료와 갈등이 생기자, 장인어른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대부분의 갈등은 시간이 가면서 해결되지만, 때로는 당사자들끼리 서로 비난하고 미워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본인보다는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아닌, 진실에 따라 인간을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 굳이 인간이 인간을 판단하려고 들 필요가 있을까? 굳이 당사자가 심판을 내리지 않더라도 하느님께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인간은 ‘미움이라는 감정’을 가지기 보다는, ‘용서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장인어른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갈등구조를 풀어가는 관점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소목반 학생들에 대한 대목반 동료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굳이 우리가 판단하거나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교장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목반 동료들이 소목반 학생들을 미워하는 감정을 가지지 않게,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오히려 우리 대목반 동료들은 합심해서 마른 나무를 실어오고, 실어온 나무를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전동 톱으로 잘라냈다. 그러다 보니까 금방 많은 땔감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땔감나무를 자르는 작업을 같이 하면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동료들간의 단합이 소목반 학생들을 미워하는 감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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